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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교육 생각 Feb 25. 2023

[001] 자식을 지옥에 던지는 부모들.

네이버가 어떻게든 당근을 따라잡겠다고 여러 가지를 copy 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웃생활 탭이다. 본인이 지금 살고 있는 광주 지역의 인기카페의 대부분은 맘카페인데, 학부모들의 글을 볼 때마다 너무 속 터지고 답답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인구절벽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도 전혀 반성이 없다. 왜 젊은 세대들이 아이 낳는 것을 포기했을까? 집이 없고 직장이 없기 때문이라지만, 지옥 같은 초중고 12년 경쟁에, 바로 이어지는 대학 생활에서의 경쟁 역시 큰 이유이지 않겠는가? 카페에서 대학생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오늘은 이런 일로 즐거웠다.'라고 말하는 친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썩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억지로 불행을 찾는 일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아 싸늘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12년 동안 한 번도 학부모가 물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오늘 즐거운 일은 뭐였니, 하고 싶었던 일중에 한 일이 있니,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하니.." 이런 대화를 하는 부모는 tv 속 드라마에나 존재하는 걸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학원 뺑뺑이에 시달리며, 마모되다가 결국 아무 특징도 없는 둥근 자갈 같은 사람이 된다. 아이들이 절대로 고를 없던 존재, 바로 부모들 때문에.


당신들에게 있어 자녀 교육의 목적이 뭔가? 처음에는 자녀의 행복한 삶 아니었던가? 어제 뉴스에도 나오던데, 대치동 '초등 의대반', 하하하. 절대적으로 단언할 수 있다. 여러분의 자녀는 아주 높은 확률로 의사가 될 수 없다. 의사가 될 확률은 지극히 낮고,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수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그놈의 선행 타령, 당장 당신들은 10년 후의 삶을 살고 싶은가? 영화를 미리 스포 당하면 즐거운가? 10년 후 떨어진 체력으로 지내고, 10년 후의 더욱 오른 물가로 물건을 사고 싶은가? 정작 본인들도 10년은커녕 10일 후에 벌어질 일들 조차 대비를 못하고 있으면서, 왜 애들한테만 10년짜리 master plan을 세우라고 하고 아이들이 당신들 입맛에 맞게 움직이길 바라는가!


지능은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크다고 알고 있다. 당연히 의대 입학에 있어 가장 필요한 능력은 지능이다. 즉, 의사가 될 때까지 밀어줄 수 있는 환경적 요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이미 태어나면서 결정되어 있다는 거다. 나 같은 사교육 종사자들이 아무리 5년 치, 10년 치 지식을 밀어 넣으려고 해도, 타고난 그릇이 작으면 담지 못하고 부서지게 되고, 수능 낭인이 되거나,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했음에도 평생을 아쉬워하는 부모 밑에서 눈치를 보면서 살게 될 것인데, 여기 어디에 대체 '자녀의 행복'이 존재한단 말인가.


자녀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원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해 보고, 진정 원할 때에 기회를 제공하라. 원하지도 않는데 베풀어지는 친절은 독이다. 다시 말하겠다. 여러분의 자녀는 높은 확률로 의사가 될 수 없다. 사교육자들이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타고난 지능에 노력하는 성품까지 갖추어야 된다. 그런 아이들은 좀처럼 없다. 아이 탓이 아니다. 그냥 그런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정말 한 손으로 꼽을 만큼 적은 것뿐이다. 수많은 광석들이 저마다의 특성을 뽐내지만, 인간이 멋대로 금에, 다이아몬드에 가치를 부여한 것처럼, 지능이라는, 그것도 특히 국영수 일부 과목에 한정된 그런 능력에 장기를 발휘하는 아이들에게 의사라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합의한 것에 불과한 것이므로 억울해할 것도, 아쉬워할 것도 없다. 자녀에겐 다른 재능이 있을 테니 그것을 잘 개발해 주면 되지 않는가.


중3이 되면 고1 내용을 배우고, 예비 고1이 되면 고등 과정 전체를 미리 준비하는 것에만 급급한 학부모들께 제안 건데, 그리도 아이를 빠르게 성공시키고 싶다면, 고등 과정은 자퇴시키고 검정고시로 패스한 후에, 세무대로 보내서 회계사던 세무사던 취득을 도울 것을 제안한다. 애당초 고등학교는 대학교 입학에 있어서 경쟁의 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당신들께서 자녀의 고교 생활, 친구, 대인관계, 사회성 발달 이런 것이 머릿속에 쌀알 한 톨만큼이라도 존재하겠는가?


사람으로 아이를 보라. 아이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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