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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못소 Dec 18. 2019

뻔한 이유는 뻔하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뻔한 소설의 대부분은 '아이디어 문제'가 아닌 '전달의 문제' 

매주 피드백을 하다 보면, 아쉬운 글을 많이 발견합니다. 



참 재밌는 내용인데.
뻔하게 전달해서 재미가 없네



참 재밌는 소재이고, 참 재밌는 사건이고, 참 매력적인 인물인데. 

뻔하게 전달하는 순간, 재미는 사라지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소설이 됩니다.




뻔한 이유는 뻔하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신의 소설이 뻔할 때, "나는 왜 이렇게 뻔한 생각만 하지?"라며, 아이디어를 탓합니다.

하지만 이때의 문제는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전달'에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1. 주인공이 침실에 들어간다.

2. 침대 옆 휴지통에서 유전자 검사지를 발견한다.

3. 검사지를 보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렇게 사건이 전개된다면, 독자는 '주인공이 침실에 들어간 순간' 이미 "곧 출생의 비밀 알게 되겠네"를 예상하고 소설을 읽을 겁니다. 실제로 소설은 독자가 예상한 그대로 진행이 될 것이고, 독자는 놀라야 하는 타이밍에 놀라지 않고 "뻔하지 뭐."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처럼 뻔한 소설의 대부분은 '아이디어 문제'가 아닌 '전달의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뻔하게'를 피하는 방법


뻔하게 않게 전달하려면,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놀라는 이유는 '방심해서'입니다. 잘 안 놀라는 사람도 방심하는 순간, 놀랍니다. 이 공식은 소설 읽는 독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위에서 사용한 예시를 다시 가져와봅시다.

 

예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


1. 주인공이 (친구 집의) 침실에 들어간다. (친구 집에 놓고 온 물건을 찾으러 온 상황)

1-2. 친구가 집에 들어와, 주인공이 찾는 물건을 대신 찾아준다.

1-3. 주인공은 밖으로 나간다.

2. 친구는 안심하며 휴지통에 든 검사지를 꺼내, 글자를 읽을 수 없게 잘게 찢는다.

3. 친구는 다른 친구와 통화하며, 검사지를 들킬 뻔했다는 대화를 나눈다.

4. 주인공은 친구에게 할 말이 있어, 다시 친구 집에 들어오는 찰나이다. 

주인공은 친구의 통화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이번 예시에는 '방심'을 넣었습니다. 


독자는 [1. 주인공이 (친구 집의) 침실에 들어간다.]에서 "드디어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겠네"라고 예상할 겁니다. 독자의 예상에서 빗나가도록 친구를 등장시켰습니다. 그럼 독자는 "에이, 이번에도 안 밝혀지나 보네"라고 방심했을 때, [주인공은 친구에게 할 말이 있어, 다시 친구 집에 들어오는 찰나이다.]를 넣었습니다.


앞에 쓴 예시와 같은 상황이지만, 독자가 방심할 내용을 추가하자, 더 긴장감 있게 상황이 보여집니다.





아이디어가 아닌 '전달의 문제'



원고 중에 '전달'이 아쉬울 때마다, 이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실제 피드백한 원고에 나온 장면에 '방심'을 추가해서 예시를 보여드리면, 대부분 일주일 만에 바로 '방심'을 넣어서 뻔하지 않은 원고를 쓰십니다.


일주일 만에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은 잠재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고민의 방향'이 잘못되어, 계속 잘못된 곳을 수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뻔한 소설" 때문에 고민인가요?


그렇다면 오늘부터 '전달'을 고민해보세요. 고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개선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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