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지난여름에 출판사로부터 선정 소식을 듣고 오디오북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바로 구매하고 들어 보는데 30초도 못 듣고 꺼버렸다. 실제의 나보다 훨씬 멋진 목소리의 성우분이 내가 쓴 글을 읽어주는 게 어색하고 민망해서였다. 재생과 일시정지 버튼을 번갈아 가며 누르다 결국 앉은자리에서 4시간이 넘는 오디오북을 다 들었다.
종이책 출간 직전까지도 원고를 계속 반복해서 보며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나름 재밌지 않나?’ 생각했는데, 종이책을 받아 드는 순간부터 부족한 부분만 보여서 채 30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읽기를 포기했다. 그랬던 나의 책을 귀로 들으며 또다시 주책맞게 ‘그래도 썩 나쁘지 않네?’ 하는 생각을 했다. 낭독을 해주신 김민주 성우님 덕분이다. 글을 쓸 때 콜센터에서의 경험과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성우님이 담담하게 읽어주셔서 꼭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도 대화체로 쓰여진 부분, 특히 진상고객의 대사를 어찌나 실감 나게 연기하시는지 내가 겪은 상황이 그대로 떠올라 가만히 듣다가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나름 콜센터 안에서는 칭찬반 놀림반으로 꿀성대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앞으로 그런 소리는 절대 하지 않겠다. 나의 책을 더 멋지게 만들어주신 성우님이 읽어주신 책을 듣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구매할 수 있다.
드디어 1쇄 2천 부가 다 팔렸다. 11월 중순, 출판사에서 2쇄를 찍는다는 연락이 왔다. 책을 읽어주신 분들이 좋은 리뷰를 남겨주시고,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문학나눔 사업에 선정되고, 오디오북으로도 만들어지고… 여러 기쁜 일을 가져다준 책이지만 딱 한 가지, 판매량이 아쉬웠다. 이 책으로 돈을 벌겠다는 기대를 한 건 아니다. 사실 출간 계약을 맺을 때는 혹시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꿈같은 바람을 품기도 했지만, 출간 직후 판매량을 보고 인세에 대한 꿈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책이 잘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출판사 때문이다. 그냥 인터넷에 올리던 일기 같은 글을 발견해주고, 책으로 만들어준 출판사가 내 책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도 서점에 가보지 않았는데, 2쇄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며칠 전 교보문고 목동점을 찾아가 봤다. 서가에 꽂힌 책을 꺼내 판권면을 보는데 1쇄여서 실망한 채로 돌아왔지만… 어쨌든 2쇄 소식에 마음이 놓였다. 맡은 바 소임을 다 해내고 이제는 책에 남은 여한이 모두 사라진 기분이랄까. 책을 사주신 한 분 한 분이 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