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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Jul 26. 2024

하지 않을 일을 결정하는 것

초점

집안 살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늘어난다. 버리는 것보다 사는 것이 많아서 그렇다. 와이프는 본인의 옷이 점점 많아지는 데 입을만한 옷은 없다며 항상 불만이다. 이제는 무언가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어디에 둬야 할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불필요해 보이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 사실 언젠가 필요한 순간이 오기도 한다. 우리 집에는 3년 전쯤 사서 몇 번 쓰다가 그냥 보관하고 있는 훌라후프가 있다. 언젠가 아이가 발견하고 꺼내달라고 해서 꺼내줬더니 한번 해보고 금세 관심 없어한다. 그 훌라후프는 밖으로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다시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간다. 3년쯤 뒤에 다시 꺼내게 될지 모르겠다.


회사에서도 업무를 줄이거나 없애지 못하고 새로운 업무가 부가되기만 한다. 연초에 세웠던 목표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새로 생긴 일들을 해야 한다. 마치 해야 하는 일들이 옷장 속 와이프 옷들과 비슷하다. 흘러 넘 칠 지경이지만 정작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간혹 회사에서는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한다. 업무 다이어트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고, 연간 목표를 수정하는 미팅을 리더와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더는 업무를 조정할 때마다 불안하다. 이 일을 없애버리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나중에 훌루후프를 써야 될 때가 오면 어쩌지’라는 마음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일을 없애기보다는 일정을  뒤로 늦쳐두는 방편을 쓰기도 한다.


“새로 나온 빛나는 장난감에 유혹당하기 쉽다. 리더의 일 가운데 하나는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초점을 유지해 주는 것이다.”
“리더가 가장 곤경에 빠지기 쉬운 방식 중 하나는 ‘1,000개의 꽃을 모두 피우게 하려는’ 접근 방식으로 투자에 임하는 것이다.”
창업자 정신_크리스 주크, 제임스 앨런


아프리카에서 원주민들이 원숭이를 잡는 방법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원숭이 손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항아리를 바닥에 고정해 놓고 원숭이가 좋아할 만한 바나나 같은 것을 안에 넣어 둔다. 원숭이가 항아리 속에 손을 넣어서 바나나를 집으면 항아리 입구가 좁아서 손을 빼지 못하게 된다. 바나나를 놓으면 쉽게 손을 뺄 수 있는데 결국 원숭이는 바나나를 손에 쥐고 오도 가도 못하다가 사냥꾼에게 잡힌다는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얻으려면 기존에 쥐고 있던 것을 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문제가 된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생긴다. 리더는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면 당장 회사에 적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기존에 하던 일을 정리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먼저 도입하고자 한다.


도서 '창업자 정신'에서는 스티브잡스의 얘기를 소개하고 있다. 스티브잡스가 1997년 애플의 연례행사인 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연설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집중해야 할 대상에 ‘예스’라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눈앞에 있는 100여 개의 훌륭한 아이디어에 ‘노’라고 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는 사실 우리가 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한 일에 대해서 느끼는 만큼의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 않을 일을 결정하는 것


회사 업무에서는 언제나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위해서, 니즈가 달라지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해야 할 일에 변화를 줘야 한다. 그럴 때일수록 하지 않을 일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 돋보기로 종이를 태우는 장난을 해 본 적이 있다. 햇빛을 넓게 모으면 결국 종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초점을 한 곳으로 모아야 종이를 태울 수 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결정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요즘은 자기계발을 위해서 다양한 노력들을 한다. 독서, 운동, 자격증 공부, 외국어 공부, 글쓰기, 커뮤니티 모임, SNS 활동 등 정말 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나의 성장을 위해서 하지 않은 것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성장에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가 외부적인 게 아니라 내부적인 것이다.”
창업자 정신_크리스 주크, 제임스 앨런


역사적으로 제국들이 몰락한 이유에서 외부적인 요인들보다 내부적인 것이 더 컸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회사든 개인이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버리고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먼저 살피고 결정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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