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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Jul 23. 2024

다른 것은 불편한 것

존중을 위해 필요한 것들

회사에서는 퇴사를 원하는 구성원이 생기면 인사팀에서 면담을 하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 퇴사를 생각하게 되었는지 면담을 통해서 확인한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퇴사자가 드러내지 않는 퇴사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상사, 동료와의 갈등’이라고 한다. 하루 종일 함께 일해야 하는 동료 간의 갈등이 생기면 정말 해결이 쉽지 않다. 이런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 ‘존중’과 관련된 것들이다.


잘 알려진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 욕구부터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5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아래에 있는 욕구가 먼저 채워져야 상위의 욕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가장 상위에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 바로 아래에 있는 것이 '존중의 욕구'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존중은 채워져야 하는 욕구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많은 조직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구성원 간의 존중을 요구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존중받는 것, 누군가를 존중하는 것 모두 쉬운 일은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다른 것은 불편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의 와이프는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최대한 정보를 많이 모으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결정하는 것을 최대한 뒤로 늦춰서 한다. MBTI에서 극 P형이다. 반면에 나는 결정을 빠르게 하는 것을 선호하는 J형이다. 함께 쇼핑을 할 때마다 서로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하면 함께 쇼핑을 하지 않으려 한다. 쇼핑할 때마다 서로에게 불만이 생기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격뿐만 아니라 취미, 가치관, 일하는 스타일 등에서 누군가와 다를 때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는 존중을 쉽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존중은 '나와 다른 것은 불편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교정반사'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본인과 다른 것은 반사적으로 바꿔주려고 하는 경향이다. 와이프에게 쇼핑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고, 아이에게 정해진 계획표대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처럼 나의 생각대로 상대방을 고쳐주고 싶어 하는 본능을 말한다. 존중(respect)이라는 단어는 'respicere(바라보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철학자 에리히프롬은 '존중은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이며, 인간의 개성과 독자성을 인식하는 능력'이라고 얘기한다. 누군가를 알지 못하면서 그를 존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교정반사처럼 상대의 상황이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폭력과 다름없다. 존중을 위해서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존중을 위해서는 나의 감정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 동기의 카톡 프로필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나의 기분이 나의 태도가 되면 안 된다.'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금방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의 감정은 주변사람들에게 쉽게 영향을 주게 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임이 틀림없고 매번 기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감정에 충실하려는 것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내 기분이 상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잘 관리할 수 있어야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다.


다윈은 진화론의 핵심을 '종의 다양성'이라고 했다. 자연은 환경에 부적합한 생물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적응에 유리한 기능을 선택하고 발전시키려고 하는데, 환경에 적합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종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많은 조직에서도 조직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다양성을 강조하고,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조직에서 서로의 다른 점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도서 '담론'에서 신영복은 공자의 화동담론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안다. 하지만 실제 서로의 다름을 존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 역시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를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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