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수단
회사에서는 구성원들이 업무 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시스템을 들여온다. 영업, SCM, 재무, 인사 등 영역별로 필요한 시스템을 별도로 갖추거나 하나로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한다. 구축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시스템을 통째로 사 오거나 구독료를 내고 사용하기도 한다. 혹은 회사 내에서 자체개발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구매하거나 자체개발하는 방식이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구독형을 선호하는 것 같다. 도입하는 방식별로 장, 단점이 있겠지만 어쨌든 목적은 업무를 체계화하고 효율화하는 것이겠다.
최근에는 챗GPT 와 같은 AI기술을 어떻게 업무에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실제 많은 기업에서는 이미 업무에 상당 부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구성원들 입장에서도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수능 수험생 관리 비즈니스를 하던 예전 회사는 여러 지역에 현장 지점이 있다. 각 지점에서는 직원들이 여전히 많은 일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생 관리 양식을 종이로 출력해서 들고 다니면서 학생들을 체크하고 기록한다. 본인 자리에 돌아와서는 그 내용을 엑셀에 작성하고 본사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너무 사람 손이 많이 들어가는 방식이라 업무를 효율화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현재는 학생들을 쉽게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관리 앱’을 개발해서 현장 직원들의 수작업을 많이 덜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시스템 도입을 통해 업무가 단순화되고 효율적이 된다면 지금 인력이 그대로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본사든 현장이든 현재보다 인력을 줄이거나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필요한 일을 시키기 위해 채용한 직원에게 새로운 일을 하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인원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게 되기도 한다.
시스템을 들여와서 업무가 단순화될수록 노동력을 단순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쉬워진다. 업무에서 숙련된 직원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한 때 일본에서는 젊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블랙기업들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젊은 직원들을 채용해서 수당 없이 많은 초과근무를 강요하는 것이다. 매일 야근을 하고 상사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가 입사한 지 반년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25세 남성, 월 100시간 넘는 야근으로 몸이 망가져서 입사 4개월 만에 급성 심부전으로 사망한 24세 남성, 과도한 야근으로 마음의 병을 앓다가 입사 2개월 만에 스스로 인생의 막을 내린 24세 여성. 블랙기업에서는 이들이 해야 하는 일이 단순한 업무들이기 때문에 퇴사율이 높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직원이 퇴사하면 또 젊은 직원을 뽑아서 대체하면 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은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발생한다.”
거꾸로 말하면 자신의 노동력을 떼어 팔기 싫다면 자기 소유의 생산수단을 가지면 된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나는 어떤 생산수단을 가질 수 있을까?
저자는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생산수단? 마르크스 시대가 아닌 현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무엇이 생산수단이 될 수 있을까. 많은 직장인들이 자기계발이라는 목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때 공인중개사 같은 자격증을 따는 게 유행이 된 적이 있었고, 부업으로 카페나 우동가게 같은 것을 오픈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요즘은 크몽이나 숨고 같은 플랫폼에서 본인의 전문성을 판매하거나 책 출간, 유튜브 활동 등을 하는 직장인들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나의 생산수단은 ‘코칭’이다.
2017년에 코칭을 우연찮게 공부하게 되면서, 그 일이 가치 있는 일이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칭이라는 서비스를 필요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 지금은 그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코칭을 배우고 있고, 전문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코치협회에 따르면 2020년 8,500명이던 인증코치가 2023년에는 14,400명으로 증가했다. 3년 만에 7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제는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코치로서 차별화가 필요하다.
차별화하려고 만든 물건에도 크게 의미 있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개성이라는 것은 억지로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진짜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원래 가진 인간성의 차이가 기술과 감성의 차이, 발상의 차이로 이어질 때 나타나는 것이며, 필연적인 결과로써 드러나는 것이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요즘 코칭을 계속하면서도 뭔가 정체되는 느낌에 빠져 있다. 코치로서 실력이 늘고 있는 것인지, 다른 코치님과 비교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저자의 얘기처럼 차별화는 억지로 만들다고 생기는 것이 아닐 것이다. 결국 원래 내가 가진 것이 드러나는 것. 코칭을 계속하다 보면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나만의 코칭이 드러나지 않을까. 조바심을 버리고 내가 찾아낸 생산수단을 갈고닦아서 고객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