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우리는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네가 틀렸어."를 가감 없이 내뱉는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것도 상대방이 원할 때 해야 효과가 있고, 그게 칭찬이든 충고든 상대를 고려하지 않으면 전달력을 잃는다.
그래서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중을 고려하는 태도가 관계의 기본인 것 같다.
의견이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 본인의 생각을 제시하는 것은 옳은 소통이 될 수 있지만 무조건 넌 틀렸다는 식의 강압적인 태도는 수용하기 쉽지 않다.
특히 조직 생활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면 참 괴로워진다.
예전 회사에서 자꾸만 내 생각은 틀렸다는 상사 때문에 내가 이상한 걸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니, 나는 그것을 고쳐야 할 것들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어리고 경험이 없을 수록 나처럼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돌아보니 가스라이팅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상사의 모든 조언을 수용하고자 했고, 그 이유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럼 더 나아지겠지? 더 발전하겠지? 내가 틀린 부분을 고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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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나은 것'이라는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인가?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내 일'에 한해서, 더 나은 것은 내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것 같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의견에 휩쓸려 선택의 주도권을 잃는 순간, 그에 대한 책임은 도리어 내가 지는데.. 그런 상황이 오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나만이 내 선택을 바로 잡을 힘이 있고, 내 선택에 책임질 의무가 있다.
반대로, 늘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친구는 나의 사적인 고민거리를 나누기 좋아하는 친구다. 서로 의견을 말하는 상황에서, 처음과 마지막에 늘 이 말을 덧붙인다.
"근데 네 말도 맞아. 내 생각은 내 생각일 뿐이고." 그 어떤 말 중에 이 말을 가장 강조한다. 존중받는 기분이 든다.
내 일에 대해, 내 동의 없이 틀리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이제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본인 기준 틀렸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사람을 '아낀다'는 명목 아래 재단하려고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것이 상대를 존중하는 첫 발걸음이다. 상대가 고민 끝에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그때 나서서 문제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면 된다. 그 때까진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