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을 사는 중이라면 공감할만한 이야기
<갓생>이라는 단어가 유행을 한다. 신을 뜻하는 God(갓)과 생활의 생(生)을 합친 단어다.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신처럼 말도 안 되는 생활을 한다는 거구나.’ 그저 회사와 집을 오가고, 남은 시간을 여유로이 보내는 하루가 아닌, 모든 시간을 빠듯하게 ‘할 일’로 채워내서 자기 성장에 도움 되는 생활을 살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 ‘할 일’은 주로 학습이 되기도, 신체 단련이 되기도, 본업 외 추가로 돈을 버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오늘 ‘갓생’을 살았다. 주로 갓생을 살려고 노력한다. 언제부턴가인지 모르겠지만 의무로 하는 일이 끝난 뒤 공허하게 보내는 시간을 줄여야 마음이 편했다. 저마다 갓생을 위한 하는 일이 다르지만, 나는 주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편이다.
오늘의 갓생 루틴 (23.06.15)
새벽 6시 40분에 일어나 전날 챙겨 둔 옷을 입고 헬스장으로 가서 40분 정도 걷거나 근력 운동을 한다. 헬스장에서 씻고 바로 출근하면 9시 반쯤 되는데, 정식 출근 시간인 10시 이전에 막간의 독서 타임을 가져본다. 회사 업무가 끝나면 화요일과 목요일은 내가 운영하는 ‘각자 글 쓰고 책 읽는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인다. 여기서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독서를 하거나 지금처럼 글을 쓴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씻고 잘 준비를 마친 채로 누우면 11시를 훌쩍 넘긴다. 얼른 자야 한다. 낭비하는 시간 없이 하루를 잘 보낸 기분이 든다.
당연히 매일을 이렇게 보내지는 않는다. 운동이 가기 싫은 아침은 잠을 더 자고, 모임이 없는 날에는 맥주를 마시거나 데이트를 한다. 그러나 <뿌듯함>은 오늘처럼 갓생을 살아낸 날에 찾아오는데, 잠에 들기 전 극강의 피로함을 느끼며 찾아오는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기도 하다.
다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갓생’이라는 말이 ‘God’이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적인 느낌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대단한’과 같은 의미로 떠돌고 있지만, 한 번 더 들여다보니 마치 인간이 아닌 듯한 생활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인간답지 않은 생활은 과연 좋은 것일까? 인간은 인간다워야 좋은 것 아닐까? 인간이 신이 되려다 벌을 받거나 위험에 처했던 그리스 신화 이야기가 떠오른다.
바쁘게 살다 보니 혹시 삶의 본질을 놓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나의 생활을 꽉 채워 꾸려 나가고 있지만, 나를 성장시킨답시고 하는 행동들을 하면 할수록 나는 못 챙기는 것들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은행 업무, 부모님과의 전화, 영양이 풍부한 식사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일처리를 하지 못해 쓸데없는 돈이 몇 달째 빠져나가고 있다. 전화 한 통이면 이자를 줄일 수 있는데, 일하며 바쁘고 정신없단 핑계로 안 내도 되는 돈을 계속 내고 있는 거다. 부모님과는 주로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게 된다. 사진을 보내오면 짧은 답장과 이모티콘으로 응답한다. 수많은 카톡이 쌓이고, 가족 카톡방의 대화 내용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다.
모든 것을 챙길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느낌이 들 때는 이게 맞나 싶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감정을 지우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하던 대로 열심히 살아내 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언제쯤,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꼭 필요한 일들을 처리하면서도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처음부터 잘 해내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고 했다.
갓생을 살고 싶은 만큼, 처음부터 뭐든지 척척, 그 어떤 중요한 것도 놓치지 않고 사는 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오늘도 하루 종일 밝은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느라 고생한 내 눈이 ‘피곤하다’ ‘좀 쉬어’ 라며 보내는 신호가 들린다. 하루의 마지막에 이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한 건 참 잘한 일이다 싶지만, 역시나 그에 반비례해 눈 건강을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러게. 뭐가 더 중요할까?
지금 이 순간, 눈 건강도 고요히 글 쓰는 시간도 너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데 말이다.
포기는 없고, 선택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