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롱 Feb 21. 2023

내가 사업을 그만둔 진짜 이유

돈 때문만은 아니야 


창업 후 2년, 사업체를 정리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려고 한다. 

취업 준비를 하고, 면접을 다니며 당연히 이 질문은 빠지지 않았다. "왜 그만두고 취업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사실 창업의 어려움과 지속 불가능의 이유는 모두가 어렴풋이 알 터였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아니겠는가.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사업을 접게 되었다는 말을 잘 포장해서 답변했다. 그 누구도 자세히 물어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복합적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공감 가능한 문장을 제시했을 뿐, 나는 계속 의문이 들었다. 내가 진짜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


단순히 돈 때문은 아니었다. 다른 아르바이트와 병행할 수도 있고, 지출되고 있는 다양한 고정비를 줄여서 지속 가능한 방법은 많았다. 아이템은 피보팅할 수도 있었고, 또는 다른 마케팅 방안을 고민하며 계속 도전할 수도 있었다. 모든 방법을 뒤로 하고 그런 노력을 할 동력이 부족했던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는데, 얼마 전 책을 읽다가 '이거였구나.' 싶은 부분을 발견했다. 




<노잉 (Knowing) - 안도 미후유> 에서, 인생에는 4단계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1. 욕망의 단계
2. 소망의 단계
3. 공헌의 단계
4. 사명의 단계  


간단히 정리하자면 욕망과 소망의 단계는 개인적인 바람을 추구하는 단계이고, 이 단계를 넘어서면 타인을 위해 공헌하고, 사명감을 느끼는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경계선이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 욕망 / 소망의 단계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람이다. 나의 의식주를 보다 풍요롭게 영위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분명한 커리어'와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소망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에게 사업은 오히려 아직 채워진 적도 없는 '욕망'을 포기해야 하는 노선이었다. 

책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자기 자신의 욕망과 소망이 채워지기도 전에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려 한다면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이와 더불어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자에게는 개인적 욕망을 뛰어넘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야 사업을 건강하고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겹쳤다. 


사업이 누군가에게는 돈을 많이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또, 개인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멋진 수단이라고도 생각한다. 욕망의 단계에서도 충분히 잘해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의 능력을 갖춘 상태가 아니었고, '목적성'과 같은 부분에서 대표자가 되기에 아직 충분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여겼다. 너무 과도하게 철학적으로 접근했을수도 있지만.

또 어쩌면 내가 개인적인 욕망보단 사회나 타인에 공헌하고픈 욕망이 있는 사람인걸까, 하지만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에 괴리감을 크게 느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언지 잘 고려해보지 못한 채로 사업이라는 노선을 선택했기에 나는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빠져나올 힘이 없었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과정을 통해 나는 현재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부족한 점을 채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더 심도있게 할 수 있었고, 나름의 대답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사업을 왜 그만 뒀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원래 대답하던 대로 "여차저차해서 그만두게 됐어요." 혹은 "금전적 이유가 가장 컸죠, 뭐." 이렇게 대답을 할 것이다. 욕망이니, 목적이니 하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기회는 잘 없을 것이기에...하지만 계속해서 생각을 정리해 본 이 과정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좋은 방향성으로 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글로도 남겨 본다. 


역시 세상 일은 겪어 봐야 아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같은 사람도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