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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Oct 16. 2021

나 같은 사람도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어딘가 부족하고 평범하기만 한 사람이 말이에요.


사업가의 자질


직장에 다닐 때는 모든 결정 권한이 오너 혹은 상사에게 있었다. 더군다나 나는 소기업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매뉴얼이 없었고, 오너의 말 한마디에 움직였다. 아주 작은 결정, 예를 들면 "휴지통 이 디자인 어떠세요?"와 같은 것까지 오너의 허락이 떨어진 이후에나 움직이는 연습이 되어 있었다. (우리 회사의 오너가 유난스럽기도 했다.) 


이제는 나도 똑같이, 규모가 작은 사업을 운영 하다 보니 모든 결정의 주체가 되었다. 크고 작은 나의 결정들이 모두 돈벌이에 영향을 끼친다니 조금 소름돋고 두려울 때가 있다. 결국 나의 결정이 모여 사업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나의 '자질'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우선 순위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어떤 결정에서든 본인의 철학이 드러나는 판단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사람인가?

아니다. 나는 감각에 의존한 판단을 한다.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설득에도 잘 휘둘린다. 


명확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의 뇌와 나의 뇌 구조는 한참 다른 것 같다. 

나는 mbti 검사에서도 직관에 의존하는 유형임이 나타났듯이(ENFP),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접근이 원체 잘 되지 않는다. 


드라마나 영화 속 '사업가' 이미지는 아직도 늘 같다. 오피스룩을 차려 입고 또각 또각 구두를 신는다. 혹은 양복을 입고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이다. 감정의 호소에 흔들리지 않는다. 냉철하다. 데이터와 수치에 근거한 판단을 내린다. 전부 나와는 반대다. 

나 :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편한 옷을 좋아한다. 늘 민낯으로 일한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의 감정이 상하는 게 제일 무섭고 어렵다. 숫자라면 질색 팔색이다. 늘 허둥지둥이다. 






그렇다면 나는 사업을 하기에 부적합한가? 


글쎄, 어쩌면 '사업가'라는 단어에 대한 나의 편견이 빚어낸 생각이다. 

지금은 그 판도가 많이 뒤바뀐 것 같다. 나처럼 덜렁대고, 허점이 많으며, 우유부단한 사람들도 각자가 가진 장점을 부각시켜 할 수 있는 것이 사업이 되었다. 접근성이 훨씬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최근 유튜브 재생 목록에는 젊은 사업가들, N잡러로 시작하여 사업을 일으켜 퇴사까지 이른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저도 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이다. 너무나 평범했고, 평범해서 내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들이 '해보니까 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한 때는 나와 같이 자질을 의심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우리가 생각하던 드라마나 영화 속 사업가는 너무 구시대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판단 기준이 있다는 것은 사업에 철학이 있다는 의미이다. 또 가장 중요한 키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중요한 것의 모호함 때문에 내 자신을 의심했다. 판단 기준이 없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많은 순간에서 나에게 대표 자질이 있는걸지, 사업체를 운영하기에 한참 부족한 사람은 아닐지 여러 번 의구심을 느꼈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더라도 조금씩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 기준이라는 생각도 했다. 

당연히 초보니까, 경험이 부족하니까. 타고난 사람은 어쩌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 

경험으로 나의 스토리를 연결하고, 나만의 기준을 만들다 보면 그 끝에는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 나는 드라마 속 냉철한 면모가 돋보이는 사업가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들을 바라고 동경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든 나처럼 어딘가 부족하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도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일궈내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의 대표님이 TV 속 등장하는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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