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와 ENFP의 파트너쉽
제이와 나는 5월 즈음부터, 서로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21년 9월 현재는 나와 제이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 '우리'의 것이 되었다. 다양한 것을 함께 공유하다보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같은 듯 다른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MBTI 성격 유형으로 보는 것이 가장 직관적인 것 같다.
제이는 INFJ, 나는 ENFP로 둘 다 매번 성격 검사를 할 때마다 같은 유형을 나온다. 뼛속까지 INFJ와 ENFP라서 우리는 MBTI로 서로의 성향을 비교하는 것을 즐긴다.
제이는 I (내향적), 나는 E (외향적) 특성을 가졌다.
N과 F는 우리의 공통 성향으로 나타나는데,
N은 직관을 중시하며 비유적이고 추상적인 묘사를 즐긴다고 한다.
F는 Feeling의 약자로 이성보다 감성적 사고를 더 많이 한다는 특성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다르다고 느끼는 부분은 제이가 가진 J(판단)과 나의P(인식)라는 성향이다.
J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며 P는 자유분방하고 유연하다.
제이는 깊고 묵직하고 디테일하고 체계적인 느낌이다.
나는 얕지만 넓고, 즉흥적인 느낌이다.
(그런 사람이다. 라고 끝맺음을 하려다가 한 단어로 표현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느낌이다'로 수정했다.)
ENFP와 INFJ는 특히나 서로에게 없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그 면을 좋게 봐 주는 경향이 있고, 주로 사고하는 방식은 비슷하기 때문에 대화가 잘 통한다고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재미있는 짤을 찾아 봤는데 ENFP의 쌩쑈와 재기발랄함을 어이없어 하면서도 다 받아주는 INFJ를 볼 수 있었다. (ㅋㅋㅋ) 많은 공감이...
상황에 대입해보면 우리의 다른 성향이 더 잘 보일 것 같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제이가 최근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빨리'와 '성과'이다. 그녀는 단기간에 빠른 성과를 내어 우리가 쓸데없는 소모를 하지 않길 바란다. 언제나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일지를 고민하고 그 방안을 제시한다.
반면에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사업을 하면서도 조급함이 덜하다. 이 타고난 여유는 ENFP의 특성으로도 자주 언급된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이 길이 올바르다고 단순히 '인식'하기 때문에 그렇다.
차이의 긍정적인 면
함께 일하니 좋은 점은 이런 두 사람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다. 나는 늘 '만약에 ~ 다면' 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데 어느 날은 이런 상상을 했다. "내가 만약에 혼자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최선은 다했겠지만, '더 멋진 성과가 났을거야!'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제이와 함께 하기로 한 이후부터 짧은 시간 동안 빠른 성과를 위해 제안했던 다양한 일들을 계속 시도해 보았고, 나보다는 훨씬 다방면으로 고민하는 그녀 덕에 우리 사업에 지속 가능성이 생겼다. 제이에게는 아직 부족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나름의 성장 궤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제이에게는, 나의 유연하고 긍정적인 면이 좋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제이가 똑같은 부분을 고민하는 전략가와 만났더라면 오히려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깊게 고민하기 보다는 일단 해보는 편이다. 그래서 제이가 제안한 방향을 실행하는 데에는 거침 없었고, 하기로 한 일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함께 해볼 수 있었다.
제이가 지칠까봐 걱정되어 조금은 릴렉스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득, 그 조언이 어쩌면 제이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성향이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고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인데, 그것을 간과하고 나에게 쉽다는 이유로, 제이에게도 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얘기해 버렸다.
함께 하는 일이니만큼, 혼자만 여유로울 것이 아니라 애쓰는 그녀를 위해 더 큰 고기를 낚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둘 다 함께 좋아야만 신이 나니까 말이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제이 또한 나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각자 다르지만, 생각하는 모습과 방식이 비슷한 두 사람이다. 타인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과 공감 능력도 우리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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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우리가 함께 한 시간도 길지 않고, 둘의 앞날에 어떤 문제들이 닥칠지 상상할 수 없다. 오늘은 차이의 긍정적인 작용에 대해 아름다운 글을 썼지만, 몇 달 뒤엔 이로 인한 힘든 점에 대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힘든 일을 겪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믿기에 우리는 함께하기를 선택했다.
비즈니스도 결국은 사람이 전부라고, 누군가 그랬다. 사람을 끌어들이고 소비하게 만드는 것도 비즈니스의 본체이지만 한 편으로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흥망을 결정 짓는 중요한 키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