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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정해졌다

by 포데로샤


작년 12월 에세이 원고에 관심을 보였던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투고에서 계약까지 출판사 내부 검토 과정이 있어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내 원고를 애정 있게 봐준 편집자님을 만나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분은 실무 편집자가 아니라 출판사 편집장님이시다.


편집장님은 계약 전까지 원고에서 손봐야 할 부분을 가이드해 주셨고, 몇 편의 원고를 추가로 요청하셔서 보강도 했다. 계약을 하고서 나는 회사 승인을 받기 위해 외부강의 신고를 했고, 본사 검토의견을 원고에 반영한 뒤 제출일 보다도 한 달 빠른 1월 말에 최종원고를 전송했다. 편집장님은 이미 연간 계획에 따라 올 상반기에는 출간이 어렵고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내 순서를 기다리기로 했다.


겨울과 봄이 지나갔다. 기다리는 사이에도 나는 중간중간 제출한 원고를 뜯어보았고, 재차 읽으면서 오류는 없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며, 운명공동체가 될 출판사 소식을 포털에서 종종 검색해 보고, 온라인 서점에서 출간되는 출판사 책을 살펴보았다.


그러던 6월 말, 편집장님에게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이제 책 편집을 시작하려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편집은 편집장님께서 직접 맡아주신다고 했다. 편집 절차를 단계별로 적어주셨고, 적어도 3개월은 걸릴 거라고 하셨다. 다시 기다림의 시간에 들어갔다.


뜨겁던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9월 초가 되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편집이 3개월 걸리면 이 무렵이면 뭔가가 바쁘게 돌아가야 하지 않나? 혹시 내 책이 지연되는 건 아니겠지? 하는 혼자만의 생각이 내면에서 일어났다. 조급함이 일을 그르친다고 스스로 다짐했는데도 상황은 평상심을 살짝 흔들었다.


다행히도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주 화요일 편집장님 메일이 왔다. 다음 날인 수요일 오전에 책 제목회의를 할 예정이니 의견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편집장님은 1차 교정을 마치고 원고를 보내주려 했는데 중간에 일정이 지연되어서 2차 교정까지 마치고 원고를 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제목을 빠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몇 시간 안 돼 의견은 없다고 바로 회신을 드렸다. 투고할 때 썼던 가제보다 더 나은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고, 출판사에 계신 분들이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 년 책을 만드신 전문가들이시니 그분들이 더 잘 보실 거라 믿었다.


수요일 오전, 편집장님은 출판사 회의를 통해 결정한 제목과 부제를 주시고 어떤지 의견을 물어보셨다. 나는 아내에게 곧바로 제목을 보내서 의견을 상의했다. 편집장님께는 그날 답변을 드리지는 않았다. 하루는 충분히 생각해 보고 답을 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낯선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여러 생각이 교차했는데 입으로 소리 내어 보고 또 내 원고를 떠올려 보니 괜찮다 싶었다. 그래서 편집장님께 고생하셨다고 감사인사를 드렸고 작은 부분에 대한 의견만 하나 붙였다.


그렇게 또 한 단계가 지났다. 현재는 도착한 교정 원고를 보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원고 교정에만 매달려야 하기에 다른 일을 다 제쳐 놓았다. 그렇게 조금씩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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