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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등에 업힌 아기

by 포데로샤


나는 내 차를 '아방'이라고 부른다. 아반떼여서 지어준 이름이 아방이다. 장거리 운전을 할 일이 있으면 나는 출발 전에 핸들을 톡톡 치면서 말한다. "아방아. 오늘 조심해서 가자." 운전은 사람인 내가 하는 거지만, 왠지 이렇게 말하면 사고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릴 적에도 차에 애정을 준 적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1톤 트럭을 처음 구입하셨다. 그 차에 아버지랑 어머니랑 여동생이랑 나랑 넷이 끼여서 타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이름을 지어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몇 년 후 아버지가 그 차를 팔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이 차를 가져가는 걸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올해 사무실 트럭 한 대를 폐기할 계획이 있었다. 2008년도 사무실에 온 녀석. 이 차로 스틱 운전을 제대로 배웠고, 구호품 싣고 도내 구석구석 안 다닌 곳이 없었다. 어제 이 차 계약자 분이 인수하러 오셨다. 큰 트럭을 가지고 오셨는데 그 차에 포터를 올려놓으니 마치 엄마 등에 업힌 아이 같아 보여서 마음이 살짝 짠했다.


일을 모두 처리하고 회사 단톡방에 트럭이 떠났음을, 엄마 등에 업힌 아이 같다는 글을 짤막하게 올리니 '동고동락한 포터, 당분간 허전할 거예요.'라는 반응이 올라왔다. 그리고 내가 올린 사진과 글에 눈물 흘리는 이모티콘이 8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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