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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을 보며 떠올린 생각

10년 후 재난 현장 대응은 어떤 모습일까

by 포데로샤

페이스북에는 '과거의 오늘'이라는 기능이 있다. 내가 올렸던 게시물을 다시 보여준다. 7월 31일, 오늘은 과거 14년 전 게시물이 아침부터 떴다. '아 그때 내가 여기에 있었구나.' 동두천 보산동으로 수해복구 나갔던 내용을 알려줘서 잠시 그때 생각에 잠겼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재난 세탁봉사의 변천사를 보는 것만 같았다.


당시 복구활동을 나간 곳은 동두천 미군부대 앞이었다. 사람 키보다 높게 물에 잠겼다가 빠졌다고 했다. 미군을 상대하는 군장점들이 많아서 팔려고 진열해 놓은 옷가지 피해가 많았다. 직원과 봉사원들은 계속 세탁기를 돌리고 빨간 고무 다라이에 세탁물을 담아 발로 밟으면서 흙탕물을 제거하려고 애썼다. 재난이 나면 세탁하는 흔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미군부대 앞이다 보니 미군이 군대 장비를 꺼내와 작업을 하는 게 보였다. 그중에 암만 봐도 신기한 장비가 하나 내 눈에 보였다. 건조기 트레일러였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서는 건조기가 출시되기 한참 전이었다. 적십자 이동세탁차량에도 세탁기만 있어서 빨래해 드리면 이재민들이 널어서 말리던 시절이었다.


2017년도 청주 수해 때 세탁 봉사하는 모습. 빨래를 바닥과 다리 난간에 널고 있다.


그로부터 7년쯤 지난 2017~2018년 무렵 삼성, LG 등 가전회사에서 국내에 가정용 건조기를 출시했다. 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때 나는 가전회사와 협업해서 이동세탁차량에 건조기를 빨리 달자고 사내 게시판에 아이디어 제안을 하기도 했다.


2010년 동두천 보산동에서 건조기를 야외에서 처음 보았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지금 이동세탁차량의 구성은 어떻게 변했을까? 차량에 세탁기뿐만 아니라 건조기가 당연히 설치되어 있다. 기술 발전이 구호장비에 접목된 가시화된 사례다.


이번 주 월요일에는 충남 당진으로 수해복구를 다녀왔다. 하우스 안 고춧대를 치우는데 폭염 때문에 오전까지 밖에 일할 수 없었다. 사람은 이런 더위에서 계속 활동하면 쓰러진다. 그런데 만일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면.. 우리가 오전 밖에 못했던 복구작업을 하루 종일 할 수 있지 않을까?


미래는 모를 일이다. 14년 전 세탁차량에 없던 건조기가 이제는 당연하게 된 것처럼, 다가올 미래에는 구호현장에서도 로봇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내가 오늘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을 보면서 떠올린 생각이었다.


10년 후에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비교해 보려고 먼 미래에 '과거의 오늘'이 될만한 글을 브런치에 하나 써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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