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한인문화센터 앞마당에는 지난 2007년 세워진 <사할린한인 이중징용광부 피해자 추모비>가 있다. 사할린 이중징용 광부는 일제시대 때 사할린으로 강제징용 됐다가 또 다시 일본 탄광으로 끌려가 생사조차 모르게 된 3천여 명의 광부들을 말한다. 비극이자, 역사의 아픔이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눈비가 내렸는데, 추모비 아래 누가 놓고간 것인지 흰 장미 두 송이가 있어 눈길이 갔다. 사진에는 없지만 식사하고 난 오후에는 빨간 장미도 흰 장미 옆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읽어 볼 생각으로 추모비 앞면과 뒷면의 글귀를 사진 찍어 왔다.
사할린한인 이중징용광부 피해자 추모비 (앞면)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조선농민 수십만 명을 본인과 가족의 동의 없이 징용하여 이곳 사할린 탄광에서 강제 노역을 시켰다. 전쟁 말기 일본 열도로 석탄을 실어내지 못하게 되자 이들은 다시 큐슈 등 일본 본토광산에 분산하여 강제노역하게 하였으니 그 숫자가 십오만에 이른다. 이 이중징용 광부들은 지옥 같은 노역장에서 무덤조차 없이 죽어야 했고 혹은 도망치고자 헤엄치다 사살되거나 바다에 빠져 죽기도 했다. 살아남은 동료들이 죽은 이들을 일본인 몰래 묻어야 했고 평토 위에 돌맹이 하나로써 표지를 삼았으니 지금도 찾지 못한 무덤이 일본열도에 수없이 많다. 일본인들은 지금도 반인류적 만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피징용자들의 명단과 숫자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피징용자의 후손들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부조(父祖)의 원한을 달래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잔학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평화의 염원을 모아 이곳에 비를 세운다.
2007년 7월 4일
사할린 이중징용 광부 피해자 유가족회
이 비의 뒷면에는 <사할린 이중징용 광부를 위한 시>가 적혀 있다.
사할린 이중징용광부 유족들
차마 눈감지 못한 넋들이시어
일제의 잔학한 침략전쟁의 그늘 아래
꽃같이 고운 청춘은 굴욕과 고난으로 상처 받은 채
이국만리 낯선 이곳에서 조국과 혈육을 사모하며
죽어간 가엾은 영혼들이시여 편히 잠드소서.
한 없는 피와 눈물은 바다에 띄우고
찢겨진 뼈와 살은 바람과 어울려 한 많은 시절을 거슬러
꿈에도 그립던 조국과 만나소서
이 땅위에 당신들의 자손으로 살아남은 우리는
당신들께서 겪은 억압의 시절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후손들에게는 자유와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귀하게 가르치고
그 때의 희생이 이제 세상의 빛이 되게 하여
자랑스런 자손들로 살아 갈 것을 맹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