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전쟁

허버트 조지 웰스

by 닐슨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손현숙 옮김, 박혜경 그림, 푸른숲, 208쪽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지 52년이 흘렀다.

인류는 이제 지구를 떠나 달을 넘어 화성에 인간의 생존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더불어 지구 밖의 행성에 또 다른 생명체 존재의 유무도 인간의 강력한 호기심의 대상이다. 빅뱅 이론이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비롯한 양자역학 등은 일반인에게 무척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는 복잡한 수학 공식이나 우주 상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도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법한 이야기이다.


천문학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탐독하다가 우주와 인간에 대해서 관심을 조금 더 갖게 되었고 ‘5장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에 잠시 언급되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을 읽게 되었다.

줄거리는 단순하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묘사도 쉬워 읽기에 편했다. 드문드문 들어가 있는 삽화도 상상만으로 그려지지 않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저자 허버트 조지 웰스는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문명비평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첫 부분에 주인공 ‘나’는

‘문명이 진보함에 따라 도덕성도 발전하는가’라는 주제로 신문에 연재할 글을 쓰느라 바빴다. - P.18

고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즉, 소설의 이야기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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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줄거리를 언급하면 화성인이 지구를, 정확히는 영국을 침공해서 인류가 만들어 놓은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인간은 쫓기고 숨어 지내다가 지구의 부패성 세균이 화성인을 공격해서 인류는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상상하는 대로 진행되고 결말까지 이어지지만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 이 책이 쓰인 시기를 잠시 알아두어야 하겠다.


책은 1898년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원제는 ‘The War of the Worlds’이다.

19세기 말, 책의 배경이 된 영국은 대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던 시기였다. 버지니아를 식민지로 삼고 있었고 그보다 훨씬 전인 17세기 초부터 신대륙과 동양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미국이 독립하기 전 북아메리카, 서인도 제도, 인도 등을 지배하며 제1차 제국 시기로 접어들었고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캐나다,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등을 지배하며 제2차 제국 시기로 들어서게 된다. 영국은 지구 전체 육지면적의 25%에 해당하는 땅을 식민지로 삼고 있었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던 시기였다.


주인공 ‘나’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화성인의 공격에 쑥대밭이 되고 사람들 역시 남김없이 살해되었다고 했다. 화성인은 아무 이유도 없이 그곳을 죄다 쓸어버린 것 같았다고 했다. 아이가 힘을 자랑하려고 개미집을 함부로 부숴 버리듯이 말이다. - P.174


즉, 강한 기술과 전투력으로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다른 민족을 무자비하게 멸종시키는 영국이나, 지구를 짓밟는 화성인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이 책을 읽은 영국인들은 식민지 원주민들이 겪었을 혼돈과 끔찍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을 것이다. 그들이 ‘신대륙’이라 명명했던 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책에서 묘사한 화성인을 처음 본 지구인들처럼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책에서 묘사한 화성인의 모습을 잠시 옮겨둔다.

그들은 지구 상의 생물체와는 완전히 다른, 상상을 뛰어넘는 생김새를 갖고 있다. 우선 지름이 일 미터 오십 센티미터쯤 되는 커다랗고 둥그런 몸통이 있다. 아니, 몸통이자 얼굴인 셈이었다. 얼굴에 콧구멍이 없는 것으로 보아 냄새를 맡는 감각이 없는 듯했다. 대신 아주 크고 검은 두 눈이 있고, 그 바로 아래에 부리처럼 생긴 살덩어리가 붙어 있었다. 머리 혹은 몸통 뒤쪽에는 팽팽한 고막 같은 것이 하나 붙어 있었다. 나중에 그것은 귀로 밝혀졌다. 입 둘레에는 가느다란 채찍처럼 생긴 촉수가 양쪽으로 여덟 개씩 모두 열여섯 개가 달려 있었다. 이것들이 손 구실을 하였다. - 124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은 피 비린내를 맡지 못하는 것을, 또 촉수가 열여섯 개나 있다는 것은 닥치는 대로 파괴하는 것을 비꼬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원주민들이 처음 보는 영국인들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또, 화성인의 모습 중에

화성인은 로켓을 이용해서 엄청난 양의 검은 독가스 연기를 방출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포병을 독가스 연기로 질식시키고 리치먼드와 킹스턴과 윔블던을 파괴한 다음 런던을 향해 이동 중이며, 이동 중에 만나는 것은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있다. 화성인들을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시 도망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 84

이렇게 그들의 행동과 성격을 묘사했다. 과학기술과 군사력으로 원주민을 침략하고 학살한 영국인들과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설명으로 느껴졌다. 이 책을 읽기 전, 책을 쓰게 된 배경과 시기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터라 책의 내용에도 집중을 했지만 쓰인 배경과 저자가 전하려는 이야기를 한 번에 알 수 있어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입장을 바꿔 지구를 침략한 화성인을 인간이라고 빗대어 상상해보자.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을 지구인이라고 생각하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 중에 하나인 나 역시 또 다른 생명에게는 잔혹한 화성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화성인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자세로 이 지구에서 숨을 쉬고 있어야 할 것인지, 또 다른 생명과는 어떤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지 그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상과학소설로 분류되었지만 이 책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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