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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터졌다 Feb 05. 2024

천하의 도

무림의 고수는 몇 살일까

나는 무협 만화를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했지 많이 본다고는 안 했다. 본 건 몇 개 안 된다. 최근에 '앵무살수'라는 웹툰을 간절하게 끝까지 봤다. 간절하게...

그림 하나하나 뚫어져라 바라보며 동작의 의미를 찾아내려고 했다. 주인공의 비범함을 찬양하며 그 얼굴에 과거 나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기도 했다. 


워낙 뛰어난 작품이라 애독자가 많다. 나도 이런 작품을 써볼 수 있을까 부럽기도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협 웹툰에 출연한 등장인물이라면 나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당연히 꿈이야 멋지게 나타나 휘리릭. 탁! 그러면서 나대지 않고 세속의 서열 따위 내겐 의미 없다. 홀연히 퇴장하는 무림의 지존이 되고 싶다. 하지만 막상 그럼 너 해! 지존.  그런다면 주춤 뒤로 물러날 것 같다. 

아니까. 

지존이 공짜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럼 지존은 아니지만 지존이랑 좀 친하고 같은 편해서 목숨은 보장되는 그런 실력자가 되어볼까. 

엇. 그런데 이것도 만만찮다. 일단 내 눈이 지존이 될 만한 자를 알아차려야 하고 그 지존이 될 만한 자와 친해질 만한 매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아무 비전도 없는 자를 지존이 자신의 곁에 두려 하겠는가. 




"어리석군. 해서. 네 놈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 게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무릇 고수가 되려면 먼저 자신을 깨우쳐야 하거늘. 제 몸 하나 정신 하나 알지 못하는 자가 지존이 가당키나 하겠느냐"

"그럼 소신은 무술을 연마하지 못합니까"

"못 할 것은 없다. 다만 네가 하지 않는 것이다.  매일 흐르는 물줄기가 있어 바다가 되고 작은 풀이 모여 산이 된다. 너는 매일 흐르고 작게라도 순간순간 자라날 수 있겠느냐"

"그럼 소신은 언제 고수가 되고 지존이 될 수 있겠습니까?"

"답답하구나. 바다와 산 어디에 세월의 흔적이 있더냐. 지존은 존재할 뿐 측량하지 않는 것이며 견줄 수가 없는 것임을."

"..........."




흐르되 꾸준하지 못해 말라버렸으며 돋아났으나 키우지 못해 황량하였습니다. 소신. 이 자리에서 일어나 할 수 있는 것을 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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