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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터졌다 Mar 16. 2024

너무 잘하려던 나는.

잘하지 말자. 서랍을 열자. 좀 꺼내놓자. 

마음이 어지러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나는 막연한 나의 생각을 털어놓으며 마음의 상처가 많이 아물었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받은 상처를 타고 타고 올라가면서 나르시시스트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주된 무기인 가스라이팅에 주목했다. 나는 태어나면서 늘 어머니의 가스라이팅에 내 목숨과 청춘이 아까운 줄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다. 


2020년 가을쯤부터 본격적으로 가스라이팅과 나르시시스트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나름대로 연재를 기획했었다. 포부도 야무지게 2020년 가을에 올린 브런치 글에 앞으로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것 같다는 소리도 했었다.  특히 크리스텔 프티콜랭이라는 상담가의 책을 끼고 살다시피 하며 작가서랍을 채워나갔다. 

역시 2020년에 영화 '사도'를 보고 부모자식 간에 벌어진 비극을 인간의 셈속이 아닌 다른 것으로 표현하고 싶어 졌었다. 영화 속 사도세자가 관 속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풍수지리와 연관 지었으며 그렇게 소설 '만조상해원경'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는 1편과 2편만 올렸지만 나머지 이야기들은 또 작가서랍 안에 고이...


최근에 다시 시작한 이야깃거리로는, 

조만간 인간의 노동이 사라지고 누구나 일하지 않고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국가로부터 일정 수준의 삶을 보장받게 된다면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요새 떠오르는 AI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생산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나는 인간의 '감정'이 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국열차가 떠오른다. 인간을 생존시키는 열차를 움직이는 것은 기관실에 들어가 있는 작은 아이였었다. 꼬리칸에서 데려온 아이들이 사실은 설국열차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써봐야겠다.) 노동이 사라진 인간세계에서는 감정이 희소해진다. 그저 순응만 하면 될 것이므로 인간은 유구한 역사 속에 쌓아온 여러 감정의 농도를 잃어갈 것이다. 

어차피 극상류층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슷한 계급을 갖게 될 것이며 이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노동이 필요 없는 시대가 도래될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노동이란 끊임없는 성찰이며 다양한 감정의 생산과 표현의 창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어쩌면 섬세하고 은밀한 감정의 결이란 것이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와. 이것 좀 봐. 이게 '비장함'이래

이건 '무안'과 '수치'라는 것이군. 


AI가 인간의 감정을 학습해서 보급형으로 내놓는 감정패키지 말고 인간이 묘사한 진짜 감정을 사서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세상. 그때까지 나의 이 지질함을 잘 간직하면 거부가 될 수 있을까?(아님 거부당하거나)


"이 사람은 세상 둘도 없는 측은함과 청승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작가로서........"


어쨌든 완결은 하자는 반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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