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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터졌다 Feb 27. 2024

움직이자.

한 마리 귀여운 애벌레처럼. 

사람은 사실 모두 별로일 수 있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 별로인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도 괜찮아. 문제는 본인이 그 상태를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겠지.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별로인 상태라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해. 왜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지, 왜 나는 고작 이 상태에서 발전하지 못하는지 끊임없이 자신을 질책하지.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야. 당연하게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별로인 상태를 잘 알고 있지만 주변도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 있지. 너도 나도 별로니까 우리 한번 잘해보자 이렇게 웃으며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지. 

너도 나도 별로니까 서로 보지 말자 하는 사람들은 나와 달리 별로인 상태가 아닌 사람을 찾아 나서기도 하지.

 

그런데 쉽지 않아. 


당연하게도 별로인 상태가 아닌 사람들은 별로인 상태인 사람들과 깊은 인연을 이어 갈 수가 없거든.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니까 다른 사람까지 끝까지 끌어올려줘야 할 이유가 없거든.  우리는 상태가 별로인 채로 종종거리며 돌아다니지.



지금 별로인 상태도 소중하고 괜찮다고 위로하는 말에 솔깃하지. 

별로인 상태를 벗어나는 길이라며 안내하는 말에도 끌리지. 

별로인 상태로 살다 죽을 거냐고 무섭게 질책하는 호통에 뭔가를 더 해보려고도 노력하지. 



다 좋은데. 딱 하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말이야. 


별로인 상태 그대로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 이건 하지 말자. 

잠시 쉬었다고 생각해도 어느 날 살짝 지퍼를 내리고 바라본 세상은 순식간에 흘러가 있어. 

힘든 거 알고 쉽게 바뀌지 않을 거 아는데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세상 시간에 맞춰 꼬물꼬물 거리기라도 해야 해. 


아주 더디게 움직이더라도 멈추지 말아야 해. 


애벌레는 다리가 아주 많더라. 그 다리 전체가 한 번에 모두 고장 나지는 않지. 그렇다고 해도 배를 착 붙이고 기어서라도 움직이더라.  

언제 다 갈까 싶지만 그렇게 기어서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여기서 저기로 어느새 가있더라. 


글쎄 진짜 거기 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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