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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터졌다 Mar 19. 2024

생각이 많은 반골기질.

애는 착합니다. 

최근 이사를 준비하면서 몇 가지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다. 나는 종교도 없고 무속신앙도 관심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사 준비에 있어 이사방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름을 작명소에서 돈 주고 짓기도 하듯 이사방향이라든지 이삿날을 사주에 맞게 받아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용이 아깝지 않다면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갑자기 걱정이 된다. 지금 사는 집에서 정말 많이 울고 힘들었기에 이사를 가는 것이어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다 방도는 있었다.  내가 이사 가려는 새 집의 방향이 가면 안 되는 방향이라면 어쩌느냐 라는 입장은 수없이 있었고 갖가지 처방 또한 있었다. 뭐 철학관에 가서 좋은 날을 받아오든지 짐을 실은 이삿짐차량을 빙 둘러오든지 이런 식으로 일종의 액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이사 전에 미리 좋은 날이나 손없는 날에 밥솥단지만 들고 먼저 옮겨놓고 그다음엔 아무 날에나 이사를 해도 된다는 처방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데? 

잘은 모르지만 어느 부정한 기운이나 귀신이 따라와 훼방을 놓지 못하게 하는 방법들인 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이 많은 반골기질의 나는 또다시 다음과 같이 골똘히 고민했다. 


1. 만약 밥솥을 쓰지 않고 햇반과 외식을 주로 하는 사람의 이사는 어찌하나요? 

2. 사정이 있어 전입신고는 하지 않고 이사를 하는 경우도 이사방향이 적용이 되나요?

3. 새로 이사할 집에 아무것도 들이지 않고 몸만 들어가서 가전과 가구를 새로 사서 배송시키는 것도 이사방향 액땜이 필요한가요?

4. 새로 이사할 집에 들어가는 사람이 세대원이고 세대주는 다른 곳에 실거주하는 경우에 귀신은 세대원과 세대주 둘 중 어느 쪽을 노리는 걸까요? 헉 설마 둘 다?

5.  이사 가려는 지역 안에서만 적용되므로 타 지역에서 타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경우는 이사방향을 고려하지 않아도 좋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가령. 대전에 가서 전기밥솥을 사서 서울 새집에 가져다 놓으면 똑같은 효과가 나오나요? 

6. 이러한 비방 하나로 해결이 가능하다면 애당초 그 수많은 사주마다의 날짜와 방향을 정해주는 건 왜 그런 건가요? 어떠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7. 이사 잘못 가서 동티 났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나요? 통계 자체가 없는데요?

8. 만약 이사를 하면서 집주인이 당근으로 다른 사람이 쓰던 밥솥을 여러 개 사들였다면 그 관계는 매우 혼란스러워지는 건가요? 

9. 같은 의미로 내가 쓰던 밥솥은 당근으로 다른 사람에게 주고 주소지는 다른 곳에 두고 내 몸만 이사할 경우 이사방향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그래서 저는 다 정해진 이 마당에 언제 생각을 멈추고 이삿짐을 좀 싸게 될까요. 아니면 저는 사실 생각이 많은 반골기질이 아니라 "생각은 많은데 회피적인 반골기질"이었던 걸까요. 


아무튼. 

새로 이사 가는 집에선 하루 한 번이라도 꼭 웃으며 살게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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