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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터졌다 Mar 26. 2024

더 우세요. 더. 더!

팔자가 있다면 사납겠지. 어떻게 곱게 다독일까. 모두 사는 인생 나한테만 왜 이리 야박하고 냉정하냐고 기죽어봤자 소용없겠지. 고개 숙이고 축 늘어져 앉아있다 보면 먼지처럼 아주 작아진 기분이다. 

훌쩍훌쩍 눈물이 난다. 억울하고 속상하고. 나는 바른 마음으로 착하게 살면 인생의 달큼한 꽃내음이 어디선가 포로로 불어올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차갑게 어머 얘 웃긴다. 너 왜 우니? 조롱당할 줄은 몰랐다. 

인생. 너 나 싫어하지?






아니다. 말을 잘못한 것 같다. 저는 인생에 대해 나쁘게 말할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을 잠시 털어놓은 것뿐입니다. 저는 당신과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사랑해요. 인생. 



몇 달을 새벽마다 울었었다. 병원에 상담받으러 가면 밝은 표정으로 앉아서는 결국 줄줄 울기 시작했다. 늘 다른 사람보다 훨씬 긴 진료시간을 용납해 준 선생님께 감사할 뿐이다. 여기에 더해서 나는 사설 상담기관에도 다녔다. 내 속에 맺힌 말을 해도 해도 그 단단한 것은 도무지 녹아내리지 않는 사탕처럼 심장에 콱 박혀 끈적거리기만 했다. 울고 말하고 울고 말하고 반복이었다. 


저런 사람들은 저렇게 청승 떠는 재미로 사는 거야. 

왜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러지?

지겹지도 않나. 자기가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거 아니냐고. 


그래도 눈치 보지 말아야 한다. 아낌없이 더 울어야 한다. 더. 더. 더.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를 사세요. 미래를 바라보세요. 

울어서 달라지는 게 있나요. 


아니요. 울어서 달라지는 거 있습니다. 

커다란 멍울을 울고 울고 또 울고 하소연하다 보면 결국 속이 후련해지다가 그것이 말랑거리고 나중엔 흐물거린다. 나중엔 스스로 '어. 지금 내가 한 소리 또 하고 있네. 그래 이 이야기는 고만해도 되겠다'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더라. 그러다 반드시 나도 잘한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속 편하게 떨이로 감정을 처분하기도 한다.

점점 덜 울게 되고 얕게 울게 된다. 

그러다 그 시간이 아까워지고 다른 것도 하고 싶어 진다. 


그러니까 인생 역경 많이 겪으신 분들은 힘들어하는 사람들한테 조언을 잘 안 하는가 보다. 스스로 풀려야 툭툭 털고 일어나는 법이라는 걸 아시는 가 보다. 


그거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니야 소리도 사실은 그 바닥까지 가봤던 입장이라서 나오는 말일수도 있겠다. 


눈물도 말라갈 때쯤 저마다 농도는 다를 뿐 다들 남 못지 않게 고군분투하는구나 깨닫게도 된다. 

그러니까 나도 이제 인생의 고통 등급이 vip는 됐다. 


이제는 그전처럼 울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다시 또 다른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고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 차라리  일찍 울걸. 그러면 더 일찍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그 힘든 시간을 보낸 덕에 나는 초월한 눈빛을 장착하게 되었다. 

나쁘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부질없는 짓은 그나마 피할 수 있을 테니까. 

기회 있을 때마다 미친 듯이 웃어버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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