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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야 아는 사랑

이렇게도 사랑한다.

by 돌터졌다

요새 이 남자에 대한 자료를 다시 찾아보고 있다. 세상 누구보다 빛나고 찬란한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세상 누구보다 암울하고 외로운 삶을 살았던 남자. 고흐다.







내가 사는 도시에 고흐 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참 좋아하는 화가이지만 도록집 말고 집안에 흔한 해바라기 그림하나 걸려있지 않다. 수시로 쳐다보기엔 내 시간을 많이 뺏기 때문이다.

마음이 짠하다. 고흐의 작품을 보면 일단 고흐라는 화가의 일생이 좌르륵 펼쳐지고 그 천재의 가슴 아픈 감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렇게 그 아픈 시간을 얼마큼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작품이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색채가 들어오고 구성을 살펴본다. 나는 정말 고흐를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해서 열 번 백번 쳐다보고 싶은 마음보다 더 사랑한다.

그 사람의 아픔과 고뇌가 느껴지고 한 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파 차마 아껴보게 된다.

어쩌면 나는 고흐가 느꼈을 그 고독이 나에게 옮아오는 것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슬픔을 고이 접어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가끔 세탁할 때만 다시 꺼내놓는 것처럼 고흐의 슬픔도 가끔만 보고 싶다. 원망도 많이 했다. 살았을 때 작품이 좀 팔렸다면 고흐가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다양한 작품을 남기지 않았겠느냐고 그 당시 사람들을 원망했었다.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그 생각은 현재의 또 다른 많은 고흐들을 놓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이기도 하다.

세상이 이렇다. 사람이 이렇다.

가지고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고 때론 그것을 외면하고 배척하고 조롱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이 사라지면 그제야 안다. 뜨겁게 다시 열망하지만 그것은 이미 사라진 존재에 대한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보려는 어리석음이 절반이다.


이런 나에 대해. 고흐는.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그림으로 자신의 생애를 영원히 남긴 스스로를 여유롭게 보여준다.

너무 늦지 않게 너도 너만의 작품을 남겨보라고 위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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