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학창 시절 생각나요. 백 미터는 20초인데 반장이라 반 애들 모두 출발신호 주고 마지막에 뛰거든요.
나의 20초는 모두에게 전시된다 생각해서 수치스러웠지요.
그런데 오래 달리기는 1등.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체념한 듯 내 속도로 일정하게 기계처럼 달려요.
팔 각도, 무릎 각도도 일정하게.
중반쯤 되면 서서히 앞지르게 되고
나중엔 허벅지가 불타듯 감각이 없어지죠.
그냥 내 정신은 온 데 간 데 없고 내 근육만이 나아가는 그 기분.
내 정신이 근육에 얹혀가는 편안함.
레이스가 끝나갈 때 근육이 말을 걸어요.
본의 아니게 1등이네?
꼴등이든 일등이든 남들은 사실 나에게 관심 없어요.
자신만의 근육과 만족스러운 소진을 하면 후련한 인생 되겠죠.
그뿐일 겁니다.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