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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롬콤 Jul 15. 2024

패밀리 워케이션 in 바할리(bali)

발리에 간다면 나의 추천은 '가족여행'

마블 영화나 매드맥스를 본 사람들은 언뜻 익숙한 단어라고 느낄 수 있는 '발할라'.
'발할라'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공간으로, 신들의 세계 아스가르드에 있는 전사들의 천당을 뜻한다.
2023년 봄에 가족들과 떠난 발리. 선명하고 푸른 자연이 신들의 세계나 신화의 공간이라는 의미가 잘 어울려 '바할리(bali)'라고 풀어보았다.




2021년에 3살 터울의 언니가 결혼하고, 모범생 같고 그저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 뒤로 양파의 매력이 있는 형부가 생겼다. 순식간에 친해져서 어색한 형부라는 호칭보다는 오빠, 혹은 별명으로 부른다. 형부가 아니라 친오빠가 하나 생긴 느낌이다. 우리 5명은 평소에도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2023년 4월 발리 여행은 5명이 떠나는 첫 해외 여행이었다. 한 명이 늘어났지만 예전부터 한 가족이었던 것처럼 불편한 점 없는 자연스러운 여행이었다.

(오빠가 불편할 것 같겠지만, 믿어주세요. 그도 정말 깊이 우리 가족에 녹아들었다고!)


여행 회사에 다니는 오빠는 해외에서 워케이션을 할 수 있었고 언니는 프리랜서이며, 부모님과 나는 주말을 끼고 며칠 휴가를 내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으니 타이밍도 딱이었다. 가족여행으로 발리를 가는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 언니의 탁월한 선택이 있었다. 가족여행이란 무릇 부모님을 고려해 적당한 휴양, 편의성, 음식 등도 챙겨야 하는데 액티비티, 음식, 자연, 마사지를 고루고루 섞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먼저 발리의 음식도, 바다도, 몸이 풀리는 마사지도 아닌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그 자체의 자연’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숙소는 보정 하나 없이도 쨍하니 치유되는 자연 그 자체였고(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사진을 보시라! 자.연.입.니.다), 감탄사가 속에서부터 터져나왔다. 나는 항상 복작거리는 도시와 할 거리가 넘치는 나라를 선호했는데, 가끔은 이런 자연 한가운데서 조금은 투박한 활동과 무더운 날씨를 즐기는 게 참 좋구나 하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의 복병이 있었으니... 너~무 자연이어서 자연스레 많은 도마뱀과 개구리가 산다. 도마뱀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이 때 처음 알았다. 조용히 샤샥 기어다닌다면 조금이라도 덜 신경 쓰였을 텐데, 존재감을 뽐내는 째짹!짹 소리를 내니 눈을 감아도 ‘아 여기 어딘가에 도마뱀이 있다..’라는 생각이 쉬이 떨쳐지지 않는다. 그리고 눈을 뜨면 천장에 기어다니는 도마뱀이 있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지만 왠지 내 얼굴로 직행할 것만 같고 그랬다.

5명 가족이 충분히 쓰고도 남을 큰 집(독립된 건물)이 4채나 있어서 언니오빠, 아빠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나누어 3개의 집을 사용했다. 그런데 나는 결국 엄마아빠 방의 소파베드에서 불편한 잠을 청하게 되었다.

내 집(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주먹만한 개구리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조그만 벌레가 아니라 잡지도 못하고 특히 개구리는 이리저리 튀어다니는 생물이다. 절대 한 공간에 있을 수 없었다. 비명을 지르며 아빠를 애타게 부르니 귀찮아서 꿍얼대는 아빠가 찾아왔다. 처음엔 무슨 개구리 하나 때문에 그러냐고 하더니, 엄청 커다랗고 눈이 튀어나온 존재와 마주하고는 슬그머니 문을 닫았다. 그대로 개구리 몰래 짐을 챙겨 엄마아빠 방으로 이사를 갔다. 엄마아빠 방에서도 혹여나 도마뱀이 몸 위로 떨어질라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겨우 잠들었다.


아름답고 푸른 자연에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으니, 대비하시라.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벌레와 개구리와 도마뱀을 뛰어넘은 장점들이 훨씬 많은 여행이었다. 작년 초만 해도 발리에 가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발리 여행이 트렌드가 되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쓰레기로 자연이 파괴되는 등 악영향을 끼친 부분도 많다는 기사를 보았다. 관광사업으로 먹고 사는 발리이지만, 전통문화와 환경 보호를 위해 올해 초부터는 관광세를 받고 있다고.


그래도 나중에 발리 여행을 가게 된다면 친구나 연인과 가도 좋지만, 나의 추천은 ‘가족여행’이다.


(발리 여행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잠'에 관해 덧붙이는 이야기>


엄마아빠 방에서 잤다는 이야기를 적다가, ’잠‘에 대한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나는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지 일주일에 최소 4번 이상은 꿈을 꾸고, 꿈이 생생히 기억나며 가끔은 가위에 눌리기도 한다. 악몽은 거진 10년 동안 겪은 일이기 때문에 익숙해졌지만, 가위는 한 번 눌리면 무서운 기분이 들어 다시 잠들기도 어렵고 연달아 가위에 눌리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보니 나는 한 가지 효과가 좋은 방법을 찾았는데, 가위에 눌렸다 겨우 깨어났다면 다시 자려고 노력하기보다 엄마아빠의 방으로 달려가 이불을 펴는 것이다.

평소에는 시끄럽다고 느끼는 아빠의 일정한 코골이가 안정감을 주고, 같은 방 안에 엄마가 옆에 누워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진정이 되어서 다시는 가위에 눌리지 않는다.

가족들에게서는 이렇게 피로 이루어진 '분명하고 은은한 안정감'이 존재한다.


우리 언니에게는 결혼 전에 몸과 마음이 지치는 기간이 있었는데, 침대가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거나 나와 반대로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아기 강아지처럼 오래 자고는 했지만, 편하게 자는 것도 아닌지 매일 같이 피곤해했다. 이 기간에 언니도 나처럼 엄마아빠 침대 옆에 이불을 깔고 함께 잤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뭐냐면, 아직도 언니의 수면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결혼 후에 오빠와 같이 자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편하게 잠든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듣고 역시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느끼는 평안함과 안정이라는 게 확실하게 존재하는구나, 생각했다. 언니의 옆에 좋은 사람이 함께 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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