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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묘진 Feb 23. 2018

[협소주택 짓기] 시작

작년에 캐나다 여행을 갔을 때,
고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버킷리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름 하고 싶은 것은 많이 하면서 살아온 인생이라서 남아있는 버킷리스트가 10개 남짓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나만의 집 짓기였다.

현재도 단독주택에 살고는 있지만, 워낙에 오래된 주택이고(주택 나이 52년.. 공시지가에서 건물값이 110만 원일 정도로 낡은 집이다.) 애초에 지어질 때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지어진 집이라서 문제가 좀 많다. 부지런하지 못한 내 성격도 한 몫하여 집을 고쳐가며 살지 않은 탓도 크겠지.

그러다 올여름 폭우가 일주일 가량 퍼부을 때, 드디어 지붕에 문제가 생겨 빗물이 새기 시작했다. 그게 시발점이 되더니 천정이 물에 젖기 시작하고, 에어컨도 망가지기 시작하고.. 이 집에 산지 12년이 되어가니 여러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했다.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내년 여름 장마철은 고사하고 올 겨울을 문제없이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이다. 지금 나는 궁서체다.

손을 한 번 대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의 집이라는 것을 알기에, 내가 원하는 집을 지을 시기가 강제적으로 다가왔음을 느꼈다. 집 사는 것과 같은 이치로, 짓는 것 또한 다 준비되었을 때 하겠다는 것은 기약 없는 미래와 같다. 떠밀리기 식이라 하더라도 상황이 왔을 때 마음먹고 저질러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집 짓기를 결정했다. 물론 앞뒤 생각 없이 무작정 지르는 건 미친 짓이고...

집 사는 것도 신중한 일이지만, 집을 짓는다는 것은 투자용으로 짓는 게 아니라면 거의 생돈 때려 박는 것과 같아서 많이 생각하고/알아보고/공부하며 준비해야 한다.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내가 금수저 인생도 아닐뿐더러,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부모님 돈 한 푼 안 받고 지금 자리까지 온 거라서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집의 대부분은 은행이 지어줄 예정이라 -_-;;;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얼마나 절실하고 살 떨리는지 모른다.

사실 집을 짓는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어디서부터 준비를 해야 할지 좀 막막했는데, 다른 책 사려고 둘러보다가 발견한 이 책을 같이 계산하게 되었다.



1억 원대 집짓기

yes24에서 각종 쿠폰 다 써서 9,700원에 구입.. ;;;

1억 원대.. 라 함은 1억부터 1억 9천9백9십9만 원... 까지 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_-;
제목만으로는 나의 현실과 잘 맞는 책이라 구입했지만 내용은 좀 부실하지 않을까. 예쁘게 지어진 협소 주택 사진만 늘어놓은 사진집은 아닐까 했는데, 읽어보니 집을 지을 때 건축주가 알아두어야 할 기본사항들도 어느 정도 설명되어 있어서 끄덕끄덕하며 읽었더랬다.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고, 이제 막 집을 짓기로 마음먹거나 생각하는 사람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책이랄까.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책을 접하기보다는 가벼운 느낌으로 시작하는 의미에서 괜찮은 책이라는 의미이다. (다만 1억 원 대 집 짓기라는 제목이 조금 아쉬운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단순히 집 사진 놓고, 이 집은 얼마로 지었음.. 이런 내용만이 아니라 집 짓는 형태/공법/자재 등등 알아야 할 사항들이 단계별로 어느 정도 설명되어 있다.
내가 직접 집을 짓지는 못하지만, 건축가/시공자들을 만나서 일을 진행할 때 어떤 사항들을 미리 결정하고 가야 한다던지, 우선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등등을 짚어주니 준비함에 있어서 마냥 호구가 되지는 않겠다는 자신감을 살짝 만들어준달까.(물론 기분상으로만)

아직도 고민이 많다.
단순히 내가 거주할 집을 지을 것이냐, 노후를 생각해서 세를 놓을 공간까지 지을 것이냐.
대부분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라 하겠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뭔가가 엮이고, 같은 공간에서 산다는 것은 내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특히나 요즘처럼 이상한 사건사고가 많은 시점에는 더더욱이 꺼려지는 일이다. 내가 단독주택에 사는 이유를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도 같아서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다.

지표를 그리고, 리스트를 정리하다 보면 결정이 되겠지.
많은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어봐야 할 것이고..

이미 단독주택에 살면서 새로운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게 돈 낭비라 보일 수도 있고,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수없이 반복하며 되물었지만, 집도 무너져가고 있는 판국이라..



결론은 짓자.

내가 지은 집 거실에서 차 한잔 하며 조용히 바느질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이미 그 상상만으로도 집을 지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 행복을 굳이 미룰 필요는 없으니까 시작하자.

생활의 반이상을 차지했던 취미생활도 내려놓았으니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집중할 수 있는 때고, 바로 지금이다.

반강제적으로 시작하게 된 내 버킷리스트가 현실에 부딪히며 겪게 되는 과정의 기록은 나의 추억 밟기용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집 짓기에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나의 협소 주택 짓기의 첫 번째 발자취를 “ 1억 원대 집짓기 ” 책 읽기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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