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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묘진 Feb 23. 2018

[협소주택 짓기] 집을 짓는 목적과 기준

집 짓기는 여전히 준비 중이고.. 많은 우여곡절과 고비를 수차례 넘기며 설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지인들은 이미 집을 올리고 있는 줄 알고 있던데, 착공은 땅이 풀리는 봄/3월에 들어갈 예정. 겨울 공사는 피하는 게 좋지. )
처음에는 확실한 기준이 없는 상태로 시작하다 보니, 
어디서 예쁜 주택을 보면 엇 이렇게... 그러다가 다른 더 예쁜 주택을 보면 엇 저렇게..
미친년 널 뛰듯 하루에도 마음이 십 수 번 바뀌고.. 나중에는 도대체 내가 정말 원하는 집이 어떤 거지? 싶었다.

남이 지어놓은 협소주택은 다 예쁘고 맘에 들더라는...

그러고 있는 중에, 집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가 연락을 했고 전화통화를 하자마자 바로 하는 이야기.


" 집 디자인 못 정했지? 예쁜 집 발견할 때마다 마음이 계속 바뀌지?

내 마음에 들어앉았나. 어찌 그리 정확히 아는지.

꿈을 현실에 옮기는 순간, 돈지랄+용도제한이라는 벽에 부딪히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친구는 딱 한마디로 정리해줬다.
너 같은 스타일은(이라고 쓰고 너처럼 돈 없는 사람은..이라고 읽는다..), 일단 팩트를 적고, 기준을 딱 두 개만 정해. 

1) 집을 짓는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
2) 집을 지을 때,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너의 바람이 무엇인지

그걸 정하고 나면, 너의 예산을 적어. 
그러면 그 예산 안에서 네가 정해놓은 기준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기 시작할 거야.
그 말은 사실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먼저 팩트는,

- 우리 집의 "대지"면적은 23평이다.(75m².. 진정 협소주택임..-_-)
- 건축 예산은 X원이다. 은행이 지어줄 거고, 난 빚쟁이 반열에 올라선다.(이건 지금 공개할 단계가 아니니 일단 X처리)

다음, 집을 짓는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가?

- 현재 살고 있는 단독주택이 너무 노후되어서, 수리를 하거나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그러느니 돈을 더 보태 신축을 하겠다.
- 사람의 앞 일은 알 수 없으니, 알 수 없는 노후를 대비해 최소한의 노후 대비책을 집에 반영하고 싶다.(임대)

내가 집을 짓기로 한 목적은 위에 적은 딱 두 개였다.

52년 된 단독주택이 지금의 집. 태풍 오면 창문이 아닌 집이 흔들리는 것 같음.. -_-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집에 살고 싶다..라는 생각은 사실 너무 추상적인 로망의 느낌이었고...
로망/꿈을 현실로 옮기겠다는 멘트는 내게 허세에 가까웠다.
내게 집짓기는 로망의 실현보다는, 현실적인 이유에 더 가까웠다. 이왕 짓는 거 내가 바라던 것을 '좀' 반영하면 땡큐고.

마지막으로, 집을 지을 때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나의 바람은 무엇인가

- 심플한 외관 (예쁘고 뭐고를 떠나서 심플해야 함. 쪼들리는 예산으로 꾸며봤자 한계가 있으니, 심플하고 깔끔하기라도 해야 함)
- 옥탑이 있는 옥상 (옥상이라는 공간 활용에 대해 욕심이 많음)
- 1개 층은 내 사무실 (현재 사무실을 쓰며 내고 있는 월세 비용을 없애고 싶다.)
- 건물 내 주차장 (바이크 및 자전거 등의 레저용품 보관 그리고 정비/지저분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 확보)
- (지금보다) 넓은 거실 (소파에서 TV 보고,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열망!! 지금 집은 구조가 거지 같아서 1인용 소파 놓기도 벅참)

바이크/자전거 등의 레저용품을 보관할 수 있는 차고. 물론 사진속의 공간보다 현격히! 작은 차고가 만들어질것이다. -_-;;


난 거실 소파에 앉아서 책 읽고 바느질 하고 싶다. '제발!'/ 달달이 나가는 현재의 사무실 임대료를 아끼고 싶으며 / 옥상을 가지고 싶다. 물론.. 나의 공간은 사진처럼 멋질 수


위의 5가지가 내가 양보할 수 없는 목록이었다.
단열/배관/방수/수도 등 기초공사에 대한 중요성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거니까 목록에 넣지도 않았다.
그건 당연한 거니까.
여기까지 정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설계 진행과 결정이 빨라졌다.

설계 단계에 들어설 때 또는 설계사를 만나기 전에,
내가 집을 짓는 목적과, 설계 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들을 스스로 많이 생각해보고 확정을 한다면, 고민하며 보내는 시간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거기에 정확한 팩트까지 정리를 한다면 진행이 훨씬 더 수월해지는 거고.

현재는 어느 정도 마친 설계에서 미세한 부분을 조정하며 지적측량을 신청한 상태이다.



지적측량이란, 
'내 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나라에서 정확히 측량하여 표시해 주는 일.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신청을 하면 되고, 당연히 나라에서 돈 받고 측량을 해 줌. -_-;;; (내가 아는 LX는 사이클 남자팀이 전부였는데. ㅎㅎ 같은 LX가 맞기는 해서 괜히 혼자 반갑...ㅋㅋ)

한국국토정보공사 ▶ https://baro.lx.or.kr/fee/selectFee.do


돈 든 다고 측량을 안 하고 설계/공사를 시작했다가는, 다 짓고 나서 건물을 다시 부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내가 알고 있는 땅과, 실제로 나라에서 지정한 땅의 구역은 다를 때가 있다.
이웃집이 우리 땅을 침범해 있을 수도 있고.(차라리 이 경우면 다행?인데)
우리 집이 남의 땅이나 도로를 침범하고 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그냥 집을 지으면, 나중에 다 지은 건물을 부수는... 아... 
생각만 해도 진짜 토 쏠린다..

정확히 측량된 땅을 기준으로 설계를 시작하는 게 맞는 건지,
설계를 마치고 측량을 한 후, 그 측량에 맞추어 설계를 수정하게 맞는 건지.. 어느 순서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일단 토지대장에 나와있는 땅의 면적으로 설계를 "대략적"으로 끝냈고, 조금의 수정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지적측량을 신청했다. 설계사가 수정할 도면을 고민하는 동안 지적측량을 끝내고, 수정할 부분에 측량 값까지 반영하자라는 생각이랄까.

어쨌든 핵심은 목적과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을 세우는 게 먼저라는 거. :D
다음은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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