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보는 김해 예술인의 실상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 매일을 버티는 게 참 어렵습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늘 우리를 지배하던 환경이 결국 인간의 나약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의 일상을 지배해버렸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재미있게 봤던 만화·영화의 이야기들이 이제 현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감기 정도로 생각했던 코로나19는 우리의 가장 보편적인 일상을 누릴 수 없게 만들면서 점점 많은 이의 삶의 희망까지 꺾고 있습니다.
김해 예술인들을 덮친 코로나19
예술가들은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견하고 있었을까요? 많은 분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겠지만, 12월의 보릿고개를 버티고 겨우 따뜻한 봄날 3월에 작품 등의 꽃을 피우던 예술인들은 길어지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봉오리가 피기도 전에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 2개월째 지속되면서 고정비를 지출해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술인들은 창작 활동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되면서 물질적인 어려움을 넘어 심리적인 고난을 겪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하나둘 주변 예술인 분들로부터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지역 활동가로서 마을을 되살리던 활동가는 더이상 일거리가 없어 비정규직 채용으로 직장을 구하러 간다는 소식, 학원을 운영하는 보컬리스트는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폐업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또 몇몇 예술인은 당장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카페나 택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예정된 행사들이 취소되고, 대관으로 진행하던 프로그램들도 공연장이 폐쇄 되면서 오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있는 예술인 복지 정책으로 긴급 자금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만, 실제 혜택을 받아야 하는 예술인에게는 수혜 요건이 해당하지 않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하소연을 합니다.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든 상황에서 예술인 복지 정책 신청 절차가 간소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복잡한 조건들이 오히려 더 마음을 얼어붙게 하고 좌절하게 만듭니다.
온라인 콘서트 방송으로 새 길을 모색하다
이러한 여건 속에 지난 3월 몇몇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콘서트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좋은 사례를 남겼습니다. 이 방송이 많은 시민에게 위로가 되고 힘을 얻게 하였음은 물론, 참여한 뮤지션들도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온라인 콘서트는 경남도로 확산되어 4월 중 추가 4회를 도내 지역을 순회하며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주 수익 중 하나인 예술 교육과 관련한 활동들도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예술인들은 언제 개학을 할지 발을 동동 구르며,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 개학 1차 연기 발표와 2차 연기 발표 소식을 접하면서 힘든 마음을 나눌 곳이 없었습니다. 상황이 길어지면서 지금은 모든 이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예술인들의 어려움만을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사례와 방안을 고민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술인들도 주 활동 무대였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활동 무대 전환을 고민하며 버티기 위한 새로운 몸부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며, 온라인 플랫폼인 유튜브로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고 김해 예술을 알리기 시작한 예술인도 생겼습니다. 이전에 소극적으로 펼치던 활동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금씩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이들입니다.
지난해 김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 한 분의 말기 암 판정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속상한 마음이 컸습니다. 최근 항암 치료를 잘 받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매일이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매우 감사한 시간이 됩니다. 우리 김해의 예술인들이 조금만 더 잘 버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작품 준비도 중요하지만, 이번 코로나19가 잘 마무리된 후에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을 더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해 예술인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
코로나19를 통해 오히려 ‘로컬 브랜드’, ‘로컬 아이덴티티’는 더욱더 떠오르는 콘텐츠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김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예술 활동을 시작한 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지난 시간 정말 많은 어려움과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스, 메르스, 돼지 열병까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에서도 예술인들은 잘 견뎌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잘 버텨 낼 것입니다. 아울러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멋진 김해의 예술인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더이상 환경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닌, 환경을 극복하는 김해의 예술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대로 뛰어오르기 위해 지금은 조금 움츠리고 있지만,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아꼈던 힘을 폭발적으로 발산할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의 지금보다, 내일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인의 저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코로나19를 멋지게 이겨내고 있는 김해 예술인들에게 다시 한번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김해 예술인 파이팅!
글 장원재 사회적협동조합 김해문화네트워크 이사장
작성일. 2020. 04. 29
원문
http://bitly.kr/xcCcB19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