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8.김해뉴스게재칼럼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와 버린듯합니다. 낮시간은 벌써부터 꺼내버린 선풍기로 버티기가 쉽지 않아 간간히 에어콘을 켤 수 밖에 없을 지경입니다. 분명히 에어콘이 없어서 잘 살았을텐데, 그냥 부채하나로도 잘 버틴 여름이었는데, 이제 그냥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면서 휴대폰 속 세상을 서핑하고, 배고프면 몇 번의 클릭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하루종일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문자독해의 홍수속에 소통하며, 오해와 갈등을 반복합니다. 몸에 무언가를 착용하는 일이 참 불편했는데, 마스크가 이미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은 점점 무엇인가에 익숙해져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많은 중요한 것들을 놓치며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손을 잡으며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는 일, 외로운 이들, 마음의 뜨거움이 필요한 이들은 그저 조용히 다가가 꼭 안아주는 프리허그, 가까이서 눈을 마주보고 하던 많은 모임에서의 수다, 몸을 부대끼며 선의의 경쟁으로 젊은 시절을 불태웠던 다양한 취미 스포츠들...
오랜 시간 문화쪽일을 하다보니 가장 기초적인일이 ‘만남’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일어나는 시너지와 관심이 제가 하는 일들을 더 발전적으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 ‘만남’이 위협을 받고 있는 시절이라 영 마음이 갑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학창시절, 한창 사랑과 연애에 관심가던 때, 영어속담시간에 배운 문장을 되새기면서 많은 공감을 했던 적이 있었던듯합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그리고 이 문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남녀의 관계가 아닌 비즈니스와 일상에서 참 적당한 이야기이구나 생각되어, 한번 만나서 많은 것을 풀어놓는 일들보다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만남으로 관계의 깊이를 키워가고, 많은 문제들을 함께 꾸준하게 고민해보고 변화시켜가는 일을 해보는 것으로 일의 컨셉을 잡아보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이러한 실제 만남을 통한 관계, 그러한 관계의 깊이, 그 외 다양한 소통이 더 이상 일상의 일이 아닌 위험을 감수하는 일, 하면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장 부담되고, 답답한 일은 이 상황이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는 마침표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정말 안타까운일들이 바로 이 대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이들이 현재의 변화를 발빠르게 파악하며, 앞으로의 변화들을 예측합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인류의 삶이 코로나 전후로 또한번 큰틀의 변화를 예측하며 최근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인류의 전환점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누어 질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아침이면 학교를 가서 친구들과 부대끼며 공부하고 사회성을 배워가는 아이들은 매일 발송되는 알림과 교육방송으로 공부를 대신해가지만, 매일 친구들을 그리워합니다. 대화가 그립고, 같이 했던 많은 일들이 그립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진짜를 경험하면 쉽게 마음이 멀어지지만은 않는듯합니다.
비대면 사회를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진짜를 경험했는가가 더 확실해집니다.
아이들의 경험에서오는 마음처럼, 공연의 현장감, 함께하기에 행복한 많은 일들은 아직 온라인으로 대체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대체되지 못하고, 결핍으로 살게 될지 모릅니다.
‘Absence makes the heart grow fonder.’(헤어지면 더 보고 싶어진다.)
정말 사랑하면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적당히 알고, 적당히 관계했을 때 빨리 멀어지던 관계는, 더 깊이, 함께 애쓰며 관계했을 때, 더 보고 싶어 집니다.
우리가 얼마나 깊이, 애쓰며 관계했는지, 내 삶의 알곡과 가라지가 구별되는 시간인듯합니다. 이제, 우리의 삶을 다시한번 돌아볼 시간입니다.
지금, 더 보고 싶어지는 이들이 있습니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만남’에 최선을 다할 시간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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