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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인 Feb 15. 2022

<오월의 청춘> 밀물에 맞서 나아가는 삶들

  어김없이 오월은 찾아온다. 짙푸르도록 흩날리는 오월의 풀벌레 소리는 귓전을 스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이들에겐 '그날'의 풀벌레 소리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명희를 잃은 희태에게 오월의 풀벌레 소리가 마냥 짙푸를 수 없듯이.

  썰물이 밀려가면 어김없이 밀물이 찾아온다. 군사독재정권의 무수한 역사왜곡에도 불구하고 오월의 진실은 드러났듯이, 아직도 진실규명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듯이, 밀물에 맞서 끊임없이 나아가는 삶은 존재한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그 멈출 수 없는 헤엄의 드라마다.


폭력이 폭력인 이유: 평범한 사람, 삶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5·18 민주화운동

  폭력이 폭력인 이유는 무심하게 견디었던 어제마저 '오늘'이란 이름으로 파괴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이들의 짙푸른 꿈이 군홧발에 짓밟힌 들꽃처럼 짓이겨질 때, 우리로 하여금 폭력을 발견하도록 한다. 간호사로 일하며 독일 유학을 꿈꾸던 명희의 꿈, 대학가요제를 꿈꾸는 희태의 꿈, 그리고 서로를 원하는 명희태(명희와 희태)의 작고 소중한 꿈은 5월 18일을 기점으로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을 발견하도록 한다.(김혜진:2021).


평범한 인간은 어떻게 가해자가 되나: 군대, 폭력의 재생산

  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장점 중 하나는 피해자 광주 시민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가해자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다루었다는 점에 있다. 희태의 친구 경수는 평소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따뜻한 인격의 소유자다. 그러나 경수는 학생 운동을 하다 강제 징집되어 후에 광주로 파견되는 계엄군이 된다. 군대는 폭력을 체화하도록 규율되는 공간이다. 경수는 필연적으로 자신이 품어온 선의 가치와 폭력을 체화시키려는 군대라는 공간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리고 특정 순간, 폭력을 휘두르기로 결심하기까지 한다. 우리는 이런 경수라는 인물을 통해 폭력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님'을 발견할 수 있다. 동시에 군인 너머 폭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목격하게 된다. 국가폭력이라는 거대한 해일을.  


성장하는 여자들.

  게일 루빈에 의하면, 여성은 남성 집단 간의 교환과 거래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 교환과 거래의 정치적 효과가 극대화되는 의식이 바로 '결혼'이다. 이에 따라 수련은 아버지와 황귀남(희태의 아버지) 간의 사업 거래를 위하여 결혼을 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황귀남의 아내 송해령 또한 남성과 남성 간의 거래, 즉 자신의 아버지와 남편 황기남의 거래 대상으로 결혼했다.

"너 진짜 엄마 설설 기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결혼한 해령은 남편 황귀남에게 꽉 잡혀서 산다. 황귀남과의 가부장적 위계관계와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황귀남이 정치적으로 좌천되었다는 현실은 해령을 옭아맨다. 오로지 순종하는 태도, 자녀를 잘 키우는 것, 아름다운 외모로 가정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만이 해령에게 부과된 역할이었다. 그런 해령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교환과 거래 대상으로서의 결혼'을 하는 수련을 만나면서다.

"두려움으로 살면 할 수 있는 게 점점 더 없어져요. 할 수 있는 게 없어지면 두려움은 더 많이 생기구요."

  해령은 수련에게 손수건을 건넨다. 그리고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한다. 황귀남에게 구금된 희태를 풀어주고 이혼을 요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를 안고 황귀남이라는 가부장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같은 시간대의 수련은 해령의 응원을 받아 아버지들의 교환과 거래를 파기하고(파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광주 민중항쟁의  복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어 구호활동을 하고 자신만의 싸움을 해나간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

  이 드라마의 장점하면 현대사의 비극과 관련된 섬세한 설정을  빼놓을 수 없다. 명희의 아버지인 현철은 형이 빨치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연좌제로 고통받는다. 다리를 저는 그의 장애에 숨겨진 비밀은 공산주의자로 몰려 고문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빨갱이'라는 역사적 낙인은 딸 명희에게도 이어져 숨소리도 쉬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일상적 억압으로 대물림된다.

  군사 독재 체제에 기생하는 황귀남이 개신교도라는 설정 또한 군사독재 체제와 극우 개신교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분단 과정에서 월남한 개신교인들은 북한 체제에서 철저히 기득권을 빼앗긴 채 월남하였다. 이로 인해 강력한 극우반공주의 성향을 갖게 된 극우 개신교는 군사독재 체제와 긴밀히 결합하면서 현재의 대형교회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스쳐가듯 나오는 기도 장면을 통해 군사독재 체재와 극우 개신교의 결합이라는 한국 현대사를 섬세하게 구현한 장면이었다.



나가며- 회복의 이야기

타인의 슬픔을 위로하는 가장 진정성 있는 방법은 당신의 슬픔을 안다고 깊게 공감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드라마는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매개체이기에, 시청자들이 우리 작품으로써 그 오월의 슬픔에 공감하고, 남아있는 분들에게 '당신의 슬픔을 안'다고 따뜻한 손길을 건넸으면 하는 마음에 처음부터 새드엔딩을 기획했습니다.

  - 오월의 청춘 이강 작가의 인터뷰 중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을 보는 우리도 바로 보통 사람이다. <오월의 청춘>은 5·18 민주화운동 과정 중에 발생한 국가폭력과 한국 사회 반공 이데올로기의 폭력 등을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그려냈다. 이를 통해 <오월의 청춘>은 비극의 시대를 통과해야 했던 보통 사람들의 삶에 공감하도록 한다.


  밀물에 맞서 나아가는 삶이 있다. 그 삶들에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는 삶들이 있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그 손과 손을 경유한다.


 “주님. 예기치 못하게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치게 되더라도, 그 슬픔에 남은 이의 삶이 잠기지 않게 하소서. 혼자되어 흘린 눈물이 목 밑까지 차올라도, 거기에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헤엄쳐 나아갈 힘과 용기를 주소서.”

명희가 남긴 결혼 서약서 중


참고문헌

"[무등의 시각] 오월의 청춘", <무등일보>, <http://www.mdilbo.com/detail/03f09a/649133> (2021.12.26 - 접속날짜).

"'오월의 청춘' 작가 "처음부터 새드엔딩 기획..배우들에게 감사" [★FULL인터뷰]", <스타뉴스>, <https://star.mt.co.kr/stview.php?no=2021061612145068675> (2021.12.26 - 접속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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