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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인 Jul 20. 2022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수업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은 NGO 활동을 하신 적이 있나요?”     

  반전평화를 주제로 한 실습수업이 끝난 후, 담임 선생님의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역시 ‘일코’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교과서를 재구성할 수 있는 교대생이 아니라는 게,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교과서를 재구성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결국 까발려진 기분이었다.


  실습이 끝난 주말엔 모처럼 푹 쉬면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란 영화였다. 그런데 반전평화를 주제로 한 수업을 한 후, 영화를 보니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영화는 단순히 하울과 소피의 사랑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비록 한 명의 개인은 나약할지라도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에 맞서 사랑이라는 힘으로 이겨낸다는  내용이었다.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었으나 그 이면엔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품고 있는 영화였다.


  장진아(2021a)에 의하면 사회과는 특정 시대의 시민성을 함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과이다. 따라서 그 사회가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시민성의 의미와 사회과의 의미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장진아, 2021a) 그렇기에 시민성에 대한 관점은 다양하다(Nelson&Michaelis, 1980:9-10; 장진아:2021a에서 재인용). Barr,Barth,Shermis(1978)에 의하면 사회과란, “시민성 전달로서의 사회과, 사회과학으로서의 사회과, 반성적 탐구로서의 사회과”이며 나 역시 이 세 가지 의미에 크게 동감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시대에 필요한 시민성은 무엇일까?


  최근 친구가 내게 해 준 얘기가 있다. 우연히 남동생의 단톡방을 봤는데 여성혐오부터 성소수자 혐오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단톡방이 도배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실의 현장은 어떨까?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접한 여성혐오 표현으로 여학생ㆍ여교사 상대로 한 언어폭력이 만연하다고 한다. 나 또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할 때, 교사였던 나에게 여성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학생을 만나본 바 있다. 바야흐로 혐오의 시대다. 그러나 혐오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손희정(2015)에 의하면, 혐오란 “개인과 공동체의 경계를 구성하고 견고하고 안전하게 유지함에 있어 어느 정도는 필수적인,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정동”이다. 그렇기에 이 정동은 실은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 사회과 수업에서는 ‘우리 안의 혐오’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먼저 나는 약자를 혐오하는 의식 등 사회문제 및 사회와 연결되는 자신을 성찰하고 실천적 참여를 하는 반성적 탐구로서의 시민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반성적 탐구는 경험 중심 사회과 교육과정의 장점과 학문 중심 사회과 교육과정의 장점을 합친 수업 방식이 될 수 있다. 즉, 토론 수업과 문제 해결 학습, 탐구학습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용어가 왜 사회적 문제인지, 즉 지식을 발견하고(장진아, 2021b) 이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과 실천적 참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장진아, 2021b). 이때 주어진 지식을 암기하고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리는 휘발성 암기 노동이 아닌 ‘생각이 확장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나는 이것이 공부(工夫)라고 믿는다. 


  다시 한번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내용의 애니메이션, 그러나 그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반전평화 의식, 생태학적 통찰 등의 깊이가 느껴지는 애니메이션.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수업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쉬움 속에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희망이 늘 곱씹어지길 바란다.      


  내 수업이 그런 수업이 되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손희정 (2015). 혐오의 시대 - 2015년, 혐오는 어떻게 문제적 정동이 되었는가. 여/성이 론(32), 12-42

장진아, 사회과 교육의 목표(2021), 사회과교육개론 강의자료

장진아, 사회과 교육과정의 조직 원리(2021), 사회과교육개론 강의자료

"[소년 여혐]초등 교실에서 싹트는 ‘여성혐오’", <한국일보>, 2017.07.2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7220443200004> (2021.12.4 - 접속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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