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영 Oct 13. 2021

기다린 연락보다 더 반가운

2021년 6월 29일 화요일

아침 열 시, 한참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 얼굴 왼편으로 요란스러운 진동이 느껴졌다. 내 손바닥보다 작은 아이폰에서 시작된 진동은 침대의 스프링을 타고 온 침대를 미세하게 흔들었고, 그로 인해 내 몸은 잠의 껍데기에서 순식간에 떠밀려 나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였다. 짜증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꼈다. 최근 한 달간 하루에 세 번씩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그때마다 난 들어본 적도 없는 주식회사, 주식 투자사, 주식 관련 매체였다. 내가 내 번호로 주식 정보 열람 요청을 해 두었다는데, 난 일절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지금 나는 몇 출판사에 포트폴리오를 보낸 상태라 걸려오는 전화라면 모조리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늘 핸드폰이 진동하면 화면에 뜬 낯선 숫자들을 보고 ‘오, 혹시?’ 하고선 빠르게 전화를 귀에 댐과 동시에 “아 c” 하고 읊조리곤 한다. 상대가 말을 하려 숨을 들이켜거나 혹은 미리 숨을 고른 후에 빠르게 첫마디를 뱉을 때부터 알아차릴 수 있다. “안녕하세요” 의 “안”까지만 들어도 내 몸에 축적된 데이터가 순식간에 판단한다. 전화를 건 데에 특정 용건을 넘어서 뚜렷한 목적과 원하는 결과를 정해둔 자의 들숨 날숨은 역시 다르므로. 그렇게 출판사 0% 주식회사 100%의 비율로 데이터가 쌓여감에도, 전화를 받아 보기 전에는 수신처가 어디인지 알 수 없기에 늘 최대한 친절한 마음과 말투로 받았다. 하지만 오늘은 어떤 확신이 들었다. ‘아침부터 짜증 나게, 또 주식 얘기겠지.’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귀에 딱 붙였다. 그리곤 전화받았음을 날카롭게 알렸다.


“아 여보세요!”


조금 당황한 듯한 들숨이 느껴졌다. 나도 전과는 다른 공기를 느꼈다.

“··· 아, 안녕하세요··· 여기 스쿼시장인데요.”


(Z플립처럼 상체를 세워 직각으로 앉으며 헛기침 1회로 목소리를 고르고)

“아, 네!”


“지금 월수금 7시 반에 자리가 하나 났는데, 혹시 수강 가능하세요?”


“그럼요! 오늘 등록하러 갈게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짜증 섞인 날숨에 난데없이 공격받았을 그에게 죄송하다. 기다리던 연락은 아니지만, 기다리던 연락을 받은 것처럼 몹시 설레었다. 앞으로의 강습이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원포인트 레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