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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Choo Dec 01. 2024

대령 Colonel은 왜 Kernel로 발음될까?

단어 Colonel의 문제는 무엇인가?


영어 철자법에서 가장 믿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colonel이다. 그런데 발음은 ‘kernel’. 대체 어디서 난데없이 이 ‘r’ 소리가 나온 걸까? 그리고 왜 ‘o’는 그냥 조용히 사라진 걸까? 이 단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쩌다 이렇게 대놓고 엉망진창인 모양새가 되었을까?


이 기막힌 혼란의 뿌리를 찾자면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 프랑스인들이 이탈리아어에서 colonnello를 빌려올 때, 발음과 철자를 슬쩍 바꿔 coronel로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우리는 프랑스어에서 그 단어를 다시 가져왔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전쟁과 관련된 영어 단어들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빌려왔다. 예를 들어 cavalry (기병), infantry (보병), citadel (성채), battalion (대대), brigade (여단), corporal (하사), 그리고 colonel (대령)도 마찬가지다.


한 언어가 다른 언어에서 단어를 빌려올 때, 새로운 언어에 맞게 변형되는 건 흔한 일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 cavalleria는 프랑스어 cavalerie를 거쳐 영어 calvary가 되었고, infanteria는 프랑스어 infanterie, 그리고 영어 infantry로 변했다. 그런데 프랑스가 colonnello를 빌려올 때는, 어쩐 일인지 coronel로 바꿔버렸다.


왜 그랬을까?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언어학에서 흔히 말하는 ‘이화 작용(dissimilation)’ 때문이었다. 단어 속에 비슷한 소리가 너무 가까이 있을 때, 사람들은 그 중 하나를 다른 소리로 바꾸거나 아예 생략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prerogative나 surprise를 떠올려 보자. 대부분의 영어 화자들은 이 단어들에서 첫 번째 r을 슬쩍 생략하고 발음한다.


‘l’과 ‘r’ 소리는 이화 작용의 주역들이다. 위치를 바꾸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라틴어에서는 명사를 형용사로 바꿀 때 -alis와 -aris 같은 두 접미사를 만들어 썼다. vita (생명)는 vit-alis (vital), tempus (시간)는 tempor-alis (temporal)이 되었다. 하지만 populus (사람들)와 regula (규칙)는 각각 popul-aris와 regul-aris가 되었다. populalis와 regulalis는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비슷하게, 라틴어 peregrinus (순례자)는 후기 라틴어에서 pelegrinus, 이탈리아어에서 pellegrino, 프랑스어에서 pelerin이 되었고, 영어 pilgrim의 기반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peregrine falcon (송골매)은 여전히 고전적인 peregrinus 기반 발음을 사용한다. 이런 일은 언어에서 자연스럽게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른 경우로는 purple (보라색)과 marble (대리석)이 있다. 이들은 각각 purpure와 marbre에서 변형되었다. 라틴어 arbor와 miraculum도 스페인어 arbol (나무)과 milagro (기적)로 바뀌었다. 결국 프랑스가 colonnello를 coronel로 바꾼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16세기 중반에 coronel로 세 음절 발음을 사용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발음이 점차 ‘kernel’로 축약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16세기 후반 학자들이 이탈리아 군사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colonnello라는 철자를 보고, coronel 대신 colonel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 철자는 어원적으로 더 문학적인 느낌을 주었다. 프랑스인들도 이 이탈리아어 논문을 읽으면서 colonel 철자를 채택했다.


1650년경에는 l 철자가 표준이 되었지만, 처음 r 발음을 소개한 프랑스는 새로운 철자에 맞춰 발음을 ‘co-lo-nel’로 수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영어 화자들은 이를 ‘kernel’로 발음했고, 1700년대에 발음 사전에도 ‘kernel’ 발음이 표기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영어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l 철자와 프랑스 스타일의 r 발음을 기괴하게 결합한 단어를 만들어냈다. 이는 19세기에 다음과 같은 리머릭 유머로 남았다:


There was a brave soldier, a Colonel,

Who swore in a way most infolonel;

But he never once thought

As a Christian man ought

He imperiled his own life etolonel.


용감한 군인, 대령이 있었네,
가장 인색한 말투로 맹세했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네,
기독교인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자신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네, 에톨로넬.



Colonel은 여러 차례 차용 과정을 통해 은밀히 들어왔고, 깨기 어려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 프랑스 버전은 발음을 퍼뜨렸고, 이후 이탈리아 영향을 받은 버전은 철자를 글을 많이 쓰는 특정 계층으로 퍼뜨렸다. 이들은 글쓰기의 표준을 확립하며 그 영향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발화 방식을 바꾸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col’nel이라는 발음이 등장했지만, 그다지 유행하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이 기괴하고도 모순적인 colonel을 가지고 있다. 이 단어는 이제 너무 기괴해서 영어의 고집스러운 자부심처럼 여겨진다. “우리가 colonel을 ‘kernel’로 발음한다면, 그게 맞는 거야!” 이게 바로 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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