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영화 '오만과 편견' 1995, 2005

원작의 덜 예쁜 여주인공을 미녀배우가 맡는 이유

'오만과 편견' 영화는 콜린 퍼스가 남자주인공 역을 맡은 1995년도 BBC 미니시리즈키이라 나이틀리가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조 라이트 감독의 2005년 영화가 유명하다.


1995년작과 2005년작은 각각 특징이 있는데 1995년작이 6부작이라는 긴 호흡으로 원작소설의 세부내용을 상세하게 살려냈다면 2005년작은 보다 사실주의적인 시각으로 중소계급 지주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베넷 가문 사람들은 소박한 옷을 입으며 식량으로 가축을 키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 작품에서 돋보이는 건 엘리자베스 베넷 역할을 맡은 여주인공들이다. 1995년 미니시리즈에서는 다정다감한 외모의 제니퍼 얼이 위트 있고 활동적인 여주인공 역할을 맡았고, 2005년 영화에서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특유의 톡톡 쏘는 매력으로 지적이고 도전적인 여주인공을 그려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엘리자베스가 언니 제인보다는 덜 예쁜 것으로 설정되는 원작과는 달리 미니시리즈와 영화 모두에서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배우들이 제인 역을 맡은 배우보다 외모가 더 뛰어나다는 점이다. 사실 원작소설에서는 엘리자베스가 외모가 아주 뛰어난 것으로 나오지는 않는데(다아시가 무도회에서 그녀를 처음 보고 "그럭저럭 괜찮지만 나를 유혹할 정도는 못된다"라고 가혹하게 평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미니시리즈와 영화는 영상을 보고 감정이입을 할 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위해서 엘리자베스 역에 더 예쁜 배우들을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여러 자매가 등장하고 여주인공이 아주 미인이 아닌 설정은 '작은 아씨들'에도 나오는데 - 선머슴 같은 여주인공 조는 네 자매 중 둘째이고 자매들 중 제일 미인은 첫째 메그로 나온다 - 1994년 '작은 아씨들'에서도 제일 예쁜 여배우 위노라 라이더가 주인공 조 역을 맡았다.)


배우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남자배우들도 논하자면, 1995년 미니시리즈에서 다아시 역을 맡은 콜린 퍼스의 중후하고 과묵한 연기는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당시 미니시리즈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길거리에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2005년 영화에서 다아시 역을 맡은 매튜 맥패디언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설 '오만과 편견' 리뷰에서도 설명했지만, 미니시리즈 또는 영화 '오만과 편견'은 재력 있는 남자주인공을 통한 여주인공의 신분상승을 그리는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TV드라마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 예를 들어서 캐서린 귀부인이 자신의 조카인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와 결혼하려는 것을 막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단골손님인 재벌가 부인이 자신의 아들이 가난한 여주인공과 사귀는 것을 반대하는 장면을 연상시키며,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일부러 차갑게 대하고 또 남자주인공이 곤경에 처한 여주인공을 (몰래) 도와주는 설정도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이다.


하여간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오만과 편견 때문에 툭탁대면서도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데, 다아시가 갑작스럽게 엘리자베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차갑게 거절하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결국 두 사람은 오해와 편견, 신분에 대한 오만한 자의식을 극복하고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데, 모든 로맨스의 시작과 끝이 이 작품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석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시청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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