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오만과 편견': 인간관계 탐구

신데렐라 스토리인데 할리퀸 로맨스보다 나은 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베넷 가문과 다아시 가문을 비롯한 몇몇 가문의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와 결혼을 그린 소설이다. 18세기면 개인보다 가문, 능력보다 신분이 중요하게 여겨진 시대였고 소설에서도 등장인물이 어느 계층과 신분에 속했는가가 주된 관심사로 다뤄진다. 베넷 가문은 젠트리라고 불리는 중소지주이며 다아시 가문은 귀족은 아니지만 백작 외할아버지와 혈통으로 연결된, 명망 있는 대지주이다. 다아시의 친구인 빙리 가문은 상업으로 재산을 모은 신흥 부자로 그려진다.


'오만과 편견'은 또한 돋보기와 같은 세밀한 묘사로 등장인물 간의 인간관계와 성격을 묘사하는데, 특히 성격과 행동의 묘사에 있어서는 냉소적일 만큼 풍자적이며 지적인 거리를 유지한다. 잘 알려진 바 제1권 제1장의 시작 부분을 읽어보자.


재산이 많은 미혼 남성이라면 반드시 아내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널리 인정되는 진리이다. 그런 남성이 동네에 처음 들어서면, 그 사람이 어떤 기분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는 상관없이, 동네 사람들 마음속에 너무 깊이 박혀 있는 이 진리 때문에 그는 당연히 여러 집안의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간주된다.

- 오만과 편견, 제1권 제1장


부유한 미혼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선망 어린 시선을 냉소적으로 묘사한 이 글은, 다섯 딸들을 좋은 혼처에 시집보내고 싶어서 안달하는 베넷 부인에 대한 비판적 풍자로 이어지는데, 베넷 부인은 연수입 5천 파운드의 빙리 소문을 듣고 만나기도 전에 그를 사윗감으로 점찍을 뿐 아니라 둘째 딸 엘리자베스에게도 그녀보다 한참 모자란 콜린스 목사(그는 베넷 가문의 재산을 한정상속하게 되어 있다)의 청혼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오만과 편견'을 읽는 가장 큰 재미는 여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남자주인공 다아시의 팽팽한 신경전과 그 과정에서 솟아나는 억누를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의 묘사일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거만하고 기분 나쁜 사람이라고 여기며 못 본 체하지만 과묵하면서도 책임감 있어 보이는 다아시의 존재감을 떨쳐내지 못하며, 다아시는 "자신을 유혹하리만큼 예쁘지 않다"라고 평했던 엘리자베스가 눈이 아름답고 지적이며 쾌활한 자태를 가진 것에 매료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오만과 편견'은 기본적으로, 중하층계급 여성이 자신보다 부유하고 지위가 높은 남성을 만나서 신분상승 하는 이야기를 담은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이 할리퀸 로맨스 같은 여성향 판타지와 다른 점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뼈대 위에 사회현실을 반영하고 인간의 위선과 속물성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가할 뿐 아니라, 진실한 사랑과 신뢰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깊은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엘리자베스는 속단으로 인한 편견을 뉘우치게 되고 다아시는 타인에 대한 수용과 겸손을 배운다.)


그럼 이어지는 글에서는 '오만과 편견'의 유명한 두 영상본, 1995년 TV 미니시리즈와 2005년 장편영화를 비교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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