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찾기가 아닌 취미 레벨업을 해보기로 했다.
난생처음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새해를 맞이했다. 생각보다 자유롭고 무섭다.
공백기는 분명 있었지만, 휴학이거나 교환학생이거나, 졸업 후 취업까지의 2개월 정도뿐이었다. 언제나 편도 티켓만 끊는 여행을 꿈꾸었지만, 한 번도 계획 없이 완벽한 편도 여행은 해본 적이 없었다. 돌아가야 할 순간은 늘 정해져 있었다. 여행 없이 삶에서 먼저 대책 없는 편도 휴식이 시작되었다. (마음속으로는 6개월 정도로 잡긴 했지만) 완전히 자유로운데, 하루에 5번 정도 갑자기 쫄아버린다. 그 타이밍은 가지각색이다. 길을 걷다 어떤 사람의 행색이 좀만 멋질 때도. 재밌는 사극과 연출을 볼 때도. 파리 디렉터의 아티스틱한 하우스 투어 영상을 볼 때도. 모두가 비교 대상으로 찌르고 들어온다. 다들 자기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나만 갈 곳 없이 헤매는 기분. 당장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게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진짜 정말로 모르겠는 걸 어떡해!
퇴사 후 뭘 할 거냐는 질문에 내가 대답한 것들은 진로가 아닌 취미와 취향이었다. 딱 2가지만 확실히 정해뒀는데, 하나는 '방 인테리어 바꾸기' 다른 하나는 '요가 지도자 과정 듣기'였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둘 다 다음 차원으로 넘어가는 일이다. 명확한 레벨업을 하고 싶다. 인테리어는 본격적으로 좋아하는 걸 선택해보겠다는 다짐이다. 예쁘고 갖고 싶은 것들을 찾아보기만 하지 않고 한정된 예산과 공간에 선택해서 가까이 채워 넣는 일. 좋아하기만 하지 않고 실제로 행동할 것이다.
요가는 내가 유일하게 5년 동안 해온 취미다. 주민센터에서 3개월 9만 원으로 시작했다. 처음 배울 땐 퇴근을 제때 하고 요가만 할 수 있으면 어떤 삶이든 살 만하겠다 싶을 정도로 푹 빠졌다. 잘하려는 부담 없이 시작한 취미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3년쯤 다니던 주민센터 프로그램은 코로나와 함께 멈추었다. 그렇게 또 2년이 흘렀다. 마음 편하자고 하는 요가를 마스크 쓰고 하고 싶지 않았고, 잘 맞는 선생님 찾기도 귀찮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깊은 수련을 하고 싶다. 거의 피부와 같아질 정도로 익숙해진 마스크와 폐활량도 한몫했다.
좋아하기만 하고, 찔러만 보고, 내던지고. 그렇게 하지 않고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흩어지지 않게 찬찬히 쌓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향은 보이겠지. 쉽게 잊는 사람이기에 기록으로 남겨야지. 그러다 보면 열중하고 싶은 일도 찾을 거라고 믿는다. 너무 미리 걱정 말기!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요! 잘 쉬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