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1 - 주민센터 요가에서 지도자 수업으로 급발진하기
집에서 1시간 20분 거리. 처음 가 본 요가원은 지하철 역에서 5분 거리 주택가에 있었다. 인적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밤길. 어둑한 창문 속 주황 불빛. 문을 열었는지 고민될 정도로 고요한 그곳에는 수련자들로 가득했다. 아쉬탕가 마이솔은 선생님의 구령 없이 각자 자기만의 수련을 한다. 기인열전이다. 어디서는 물구나무를 하고, 어디서는 몸을 뒤집는다. 조용히 바쁜 수련장. 모두 수준이 다르다.
마음에 드는 요가원 찾기 - 지도자 과정이 있는 곳으로
* 먼저 나의 경험은 주민센터 요가 / 유튜브 선생님 요가소년 뿐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정석적인 요가를 배우고 싶다면 지도자 과정이 있는 곳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선생님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요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요가와 관련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없어서 여기부터 시작했다. 최근 요가 선생님이 되는 과정에 대한 글,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후기를 글로 남기는 분들이 꽤 많았다. 읽어보고 글이 좋으면 그분이 다닌 요가원을 알아냈다. 그렇게 지금의 요가원을 찾았다. 회사를 안 다니고 있어 거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결론은 매우 만족스럽다.
주민센터 요가의 장점이자 단점은 선생님을 고르지 못하는 것이었다. 대체 강사분까지 포함하면 5-7분의 요가 선생님의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어떤 요가를 하고 싶은 지를 생각해야 한다. 재밌게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지, 마음의 수련을 하고 싶은 지 등등. 그중 두 번째 선생님이 제일 잘 맞았다. 고집 있게 요가를 가르치는 스타일이셨다. 잘하려는 마음을 비우라고 하셨지만, 안 되는 동작을 굳이 와서 아플 정도로 꾹꾹 누르시는 선생님이었다. 할 때는 아팠지만 신기하게 끝나고는 아무렇지 않고 개운했다. 유일하게 호흡법을 알려주고, 요가의 자세와 정신에 대해서도 짚어 주셨다. 딱 주민센터에 적합한 쉬운 단계의 스트레칭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있었고, 핸드폰 판매점에 온 것처럼 높은 '솔'톤으로 활기차고 친절하게 운영하시는 분도 있었다. 근육질에 빡센 트레이닝을 하거나 예쁜 몸매로 차분하게 가르쳐주시는 분도 있었다. 전화나 인터넷 상담만 해보지 않고 방문하기를 추천하는 데 가보면 다니고 싶다 하는 잘 맞는 기운이 있다. PT 요가는 제외했다.(분명 잘 맞는 좋은 선생님은 있겠지만, 학생들이 그런 수업을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 동네 요가원은 방문했을 때 느낌이 다 어정쩡했다.
요가원에 도착해 상담을 했다. 초보인데 지도자 수업을 듣고 싶다는 말을 꺼내는 게 약간 창피했다. 5년 동안 요가를 했다면서 아쉬탕가, 빈야사 하타 등 요가 분류도 모르다니. 초보반 등록하면서 TTC를 논하다니. 나조차도 좀 웃기는 것 같았는데 진지하게 상담해주신 원장님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좀 더 용기가 생겼다.
첫 아쉬탕가 마이솔
주변은 신경 쓰지 않고 화려한 동작을 이어가는 사람들 틈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다. 먼저 수리야나마스카 A를 선생님 구령에 맞춰 2번 해보고, 혼자 해보았다. 강사들이 와서 수련하는 요가원이라 선생님이 완전 고수에 다가가기 힘든 느낌이지 않을까 약간 걱정했는데 친근하게 잘 설명해주셨다. 헷갈릴까봐 약간 긴장했지만 많이 해본 동작들이라 쉽게 해낼 수 있었다. B부터는 처음 오신 다른 분이랑 같이 배웠다. 7번을 할 수 있겠냐고 물으셨고 당당히 해볼게요! 외쳤다. 하지만 4번째 시퀀스부터 팔에 힘이 빠져 몸이 후두둑 시트로 떨어졌다. 체력이 부족하다. 어떻게든 7번을 마치고 나니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다. 그 후 2가지 동작을 추가로 배웠다. 호흡의 속도가 비슷해 자꾸 옆 사람이 신경 쓰였다. 정신없이 동작을 하다 보면 들이쉬는지 내쉬는 지도 조금 헷갈렸다. 다음에는 호흡에 집중해야겠다. 수련한 지 하루가 지나고 온 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특히 어깨 내리기 동작이 어려웠는데, 어깨 앞 쪽 근육을 찢어놓은 기분이다. 집에서 나름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도 이렇다. 갈 길이 멀어 기쁘다. 성장할 부분이 생겼다!
결론은 우선 3개월 주 3회 수련
아직 지도자 수업을 들을지 확실히 정하지는 못했다. 무려 3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들일만큼 요가를 좋아하는지는 조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보통 뭘 배울 때는 수업료의 10배는 벌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기도 한다.) 특히 지금처럼 지쳐있는 상태에서는. 그러나 최근 3개월 안에서 가장 좋았던 경험을 고르라고 하면 덕질을 제외하고 처음에 둘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하고 개운했다. 다른 요가원은 가보지는 않았지만, 요가원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TTC 수업을 들으면 그 전의 수업료는 빼고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좋았다. (이렇게 해주셔도 되는 거 맞나요. 원장님!) 88% 정도는 마음먹었다. 보통 3년 정도 걸리는 프라이머리 단계(초보)를 한국인들은 3개월이면 끝낸다는 원장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어본다. 일단 인터미디어트 단계로는 꼭 넘어가야지. 간만에 디테일한 세계로 빠져드는 것 같아 즐겁다.
동작에 익숙하지 않을 때, 정확한 감각을 찾는 경험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싶었다. 그래서 그 포인트들을 기록하기로 했다.
요가로그 첫 번째 - 아쉬탕가 마이솔
정확한 동작보다는 흐름에 맞춰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 내용 :
수리야나마스카 a 20분
수리야나마스카 b 7번 (4번째 업독에서 팔 부들거리기 시작)
파단구쉬타 아사나(Padangusthasana), 파다하스타 아사나(Padahastasana) 2번씩
우띠타 트리코나아사나(Utthita Trikonasana), 파리브리타 트리코나아사나(Parivrtta Trikonasana) 3번씩
마무리 동작 3가지
신경 쓰기 :
업독 구간에 어깨 내리는 것. 거의 45도 까지는 세워야 한다. 팔은 어깨가 내려갈 수 있는 선까지 펴기.
트리코나아사나 할 때 발 명확하게 열기.
힘을 키우는 것(그 다음이 유연성이다)
밥 잘 챙겨 먹고 오기. 그러나 배부른 상태는 아닌.
하루 지난 오늘 :
어깨가 전반적으로 많이 뻐근하다. 강제로 펼쳐진 느낌이지만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