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일자무식의 분투기. 초보자를 위한 꿀팁 대방출!
이틀간의 싸움이었다. 하루는 도배, 하루는 천장. 보통 3-4시간이면 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오산일 가능성이 크다. 시간은 넉넉하게 잡자. 백수가 아니라면, 주말 추천. 백수여도 주말 추천. 한 명은 더 필요하니 미리 섭외하길. 도와주신 엄마에게 너무 감사하다.
16년 묵은 파란 방을 하얀 방으로 바꾸는 것의 효과
요가와 더불어 2번째 헤매기 미션. 방 인테리어를 드디어 시작했다. 그 출발은 셀프 도배다. 29.5세의 인생에서 첫 경험이었다. 여행을 못 가서 새로운 경험이 귀하다. 그것만으로도 우선 좋았다.
귀찮은 일도 산더미였지만 하길 정말 잘했다. 조그만 스티커도 구겨지게 붙이는 똥손이 아니라면 한 번쯤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방의 분위기가 확 바뀐다. 이전 벽지는 푸른색. 그 시절 아이방에 흔한 세계지도와 구름, 지구본으로 가득했다. 그 벽지 덕에 배낭여행도 교환학생도 주저 없이 용기 있게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젠 하얀 벽지와 함께 취향을 쌓아갈 10년이 왔다. 이제 과거의 나를 보내줘야 한다는 게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의 색을 바꿈으로써 넓고 크고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전혀 다른 방으로 느껴진다.
셀프 도배와 인테리어는 아예 모르는 일이라 모든 걸 찾는 게 조금 귀찮았다. 조금이라도 쉽게 도전하시라고 처음 하시는 분들이 고민할 만한 것들을 내 경험에 비추어 조금 자세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디테일 부실자, 수치와 싸우다.
요샌 집에서 멍청이와 허당을 담당하고 있는 듯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야무짐과 똘똘함은 도맡은 사람이었다. 그런 나에게 가장 힘겨운 일이 있었으니 어떤 것의 정확한 수치를 재는 것. 그냥 줄자 들고서 재고 난 후 숫자 적으면 끝인데, 왜 그렇게 귀찮고 어려울까? 잴 때마다 숫자가 다르다. 가능한 일인가? 나만 그런가? 다들 그러는 거 아닌가? 잰 수치가 정확한 지 스스로를 믿을 수 없게 되지 않나요 다들..? (이 글을 쓴 다음 날 언니가 <젊은 ADHD의 슬픔>을 쓴 정지음 작가님의 트윗을 보내줬다.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치수를 잘 재는 사람도 정해져 있다구요. 이전에 다니던 스타트업 회사 대표 동생이 노트북 포켓 공간을 뚝딱 재버리는 걸 보고 정말 신기했다. 어떻게 그 숫자를 믿고 고객한테 안내할 수 있는 거지...? 신기하게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튼 정신없기로서는 따라갈 수가 없고, 위안이 된다. 위로받아 죄송해요 큐ㅠㅠㅠ)
방의 가로, 세로 길이, 높이뿐만 아니라 문, 창문, 있다면 붙박이장까지 한번 잘 재 두고(제발) 잘 적어둔다. 이후 가구 살 때도 참고할 수 있기 때문에 귀찮아도 꼭! 적어두자. 잠깐의 귀찮음은 이후 아주 큰 귀찮음을 막아준다! 기억하자!(스스로에게 하는 말) 알뜰하게 창문과 문 부분의 남은 벽지를 계산에 딱 알맞게 주문하려는 욕구를 누르고, 벽지용과 천장용을 구분해 15장을 주문했다. 설 연휴에 주문했는데 배송은 연휴가 끝나자마자 왔다. 연휴 때 출고를 한 건가? 이렇게 빨리 와주지 않아도 되는데...
*주문한 벽지(문고리닷컴)
벽지용 : 250cm X 12장 (높이 240cm로 추측해 10cm 여유분 해서 많이 남았다.)
천장용 : 260cm X 3장 (폭 248cm로 추측해 10cm 여유분 해서 많이 남았다.)
총 15장 + 스타터세트(추천! 생각할 필요 없이 칼심까지 다 들어있다!) = 105,600원
추가 구매 : 정배솔 = 11,000원 (‘소’ 사이즈도 충분!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다. 다이소에서도 싸게 팔더라)
자른 벽지를 이쪽저쪽에 활용하니 한 장이 남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 정도 여유분은 초보라면 남겨두길! 나는 다음에는 알뜰하게 주문할 수 있겠어!
*벽지 주문 팁 :
- 힘이 약한 사람이라면 와이드 광폭 벽지가 아닌 기본 93cm 벽지를 하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벽지가 매우 무겁다!
- 보통 한국 아파트의 높이는 2.2-3m라고 한다. 나처럼 치수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참고하시길 :)
- 벽지 종류와 색을 엄청 고민하다가, 가장 많이 주문하는 ‘스노우화이트’로 골랐다. 페인트 칠한 것 같은 질감에 깔끔하다. 많이 하는 덴 이유가 있으므로 그대로 하는 것도 추천!
- 천장 벽지를 주문할 땐, 벽의 가로와 세로 중 짧은 길이를 기준으로 벽지 높이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긴 쪽을 세로로 하면 너무 길고 무거워져 붙이기가 어렵다.
- 콘센트, 스위치가 낡았다면 같이 주문하자. 어짜피 떼어내야 하고, 벽지를 바꾼 효과가 더 커진다.
- 천장등도 바꾼다면 역시 미리 주문하면 좋다. 천장등을 떼어낸 자리의 벽지가 깔끔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억팔이 이틀, 치우기 30분은 국룰
잘 못 버린다. 특히 기록한 것들. 수업시간에 끄적인 낙서도 잘 못 버린다. 내가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낙서 하나도 박물관에 전시될 수 있지 않을까? 는 일어날 수도 있는 것에 대한 상상이고, 정말 하나밖에 없는 것인 데다가 없어지면 다시 구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 과거에 대한 집착도 물론 있다. 그래도 일기장 뒤에 당연히 남은 빈 종이는 찢어버리고, 감동도 설렘도 없는 쓸데없는 수행평가 글들도 놓아주었다. 그러는 동안 방은 절반도 못 치웠고, 벽지는 도착했다. 못 치운 짐들은 그 상태로 모두 거실로 향했다. 벽지를 사면 좋은 점은 셀프 인테리어에 마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풀이 가득 묻은 아주 무거운 벽지가 집으로 엄청 빨리 배송이 되고, 그 풀이 마르기 전에 나는 붙여야만 한다. 아주 크고 무겁기 때문에 그것이 쓸모 없어지는 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방 치우기 팁
- 벽지를 미리 주문하고 청소를 시작하면, 어떻게든 끝내게 되어있다. 먼저 벽지부터 주문하자.
- 방을 치운 후, 쓰던 벽지에 묻어있는 먼지를 가볍게 털어주면 좋다.
- 기존 벽지에 찢어진 흔적들이 있다면 거스러미들을 떼어내 평면이 되도록 깔끔하게 정리하면 좋다. 못 자국은 그냥 뒀다.
- 콘센트와 스위치 틀을 모두 뗀다.
- 천장 도배도 한다면, 전등도 떼어야 한다. 나는 벽지 > 천장 순으로 진행해서, 벽지를 다 붙인 후 천장을 붙이기 전에 제거했다. 제거할 때는 꼭 두꺼비집을 내려야 한다!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한 3탄 정도로 나뉠 것 같다.
(이러니까 시작하기가 어렵지! 귀찮음을 이기고 이걸 다 알아보고 해낸 나 자신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