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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ONA VITA Dec 08. 2021

헤매기 0. 곧 29.5살이 된다.

최근 나의 상태에 대해서

나는 앉아 있다. 작년까지는 걷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변화가 없다. 아니 멈추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물론 바깥으론 올해 2번의 퇴사를 경험할 예정이긴 하지만 내부는 평온하다. 무섭다. 나는 호기심 덩어리였는데. 


늘 쉽게 도망쳤다. 그게 싫었다. 뭐든 평균 이상은 잘했는데, 끝까지 가지를 못한다.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끝까지 갈 수는 없다. 나는 출발을 잘하는 사람이며, 금방 흥미를 잃어 놓고서는 과정 속에서 책임감으로 버티다 그 책임감을 과중하게 느껴 결국 아예 떠나버리는 사람이다. 도망가는 사람이다. 이 반복을 미워하고 해결하려고 집착할수록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몫을 다했다면 떠나도 좋다. 스스로에게 도망을 허하노라. 문제는 의지와 함께 호기심도 버려졌다는 것이다. 무엇도 심드렁하다. 


내년은 친구들이 30살이 되는 해다. 나도 물론 30살이 되는 삶을 살았지만 29살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참 치졸하고 멋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도 내년에 30살이지 뭐'라고 말하면서도 주변에서 아니라고 해주길 기다린다. 옆에서 '넌 29살이지' 말해주면 그제야 '사실 그렇긴 해. 나는 내년에도 아직 20 대지 롱!'이라고 하는 요상한 마음이다. 30살이 되기 무서운 거겠지. 나이가 다 뭐라고 라고 생각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한 거다. 아마 이룬 게 없어서 그럴 것이다. 30살에는 무엇이든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경력 5년 차면 그 경력에 확신을 하는 상태일 줄 알았지. 아니 그 길을 갈지 말 지, 좋아하는지 아닌지 정도는 알 줄 알았다. 여태 누가 떠민 삶도 아니었다. 스스로 선택해온 길이어서 더 당황스럽다. 


자괴감에서 벗어나려면 나에 대한 기대도 꼭 같이 내던져야 하는 걸까? 열정 걸들을 보고 타오르던 마음은 짧은 즐거움과 잠깐의 질투심, 그리고 나는 저렇게 할 수 없지 하는 포기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모든 사람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될 거야! 하는 마음이 들어 문제였었다. 시작은 잘했는데, 요새는 시작도 못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 생각이 변한다고 한다. 나는 나에게 덜 기대하고 더 좋아하는 편을 택한 것 같다. 이 변화의 시작이 재밌다기보단 무섭다. 완전히 다른 내가 될까 봐. 30살도 아닌 29살도 아닌 안식년에서는 대놓고 헤매 보려고 한다. 낀 서른이니까 반년으로 합의 보자. 절반의 29살은 충분히 헤맬 시간을 나에게 허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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