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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윰 Jun 26. 2024

우리만의 영화를 만들어봐요!

어느 28살 평범한 취준생의 단편영화 제작기

취준생이라 쓰고 백수라 읽는다.

 배우의 꿈을 안고 상경했던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와 지낸 지 7개월 차이다. 취준과 함께 이래저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부모님이 계신 안온한 집에 지내다 보니 그들의 규율과 절제에 맞춰 생활을 하며 변화 없는 일상을 지내다 금방 권태로움을 느꼈다. 작년에 연기를 하며 단편 영화를 만들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끝마치지 않고 내려온 터라 마음속에는 계속 단편 영화 제작에 대한 열망이 남아있었다. 대구로 내려올 때는 연기를 포함한 영화와 관련된 것들은 언제든 마음과 열정이 있으면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가지고 내려왔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대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대구에도 영상미디어를 공부할 수 있는, 꽤나 역사가 있는 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강 신청을 하게 되었다. 본래는 <수성못>, <나의 피투성이 연인> 의 영화를 만든 유지영 감독의 특강 수업이 있어서 수강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있어서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다음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는데  6월에 시작하는  ’단편 영화 제작‘ 수업 신청 모집공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망설임 없이 신청했고 (다행히 경쟁률을 뚫고) 그렇게 6월  13일 첫 수업을 시작했다.


 이 수업은 2021년 대구 비산동 염색공단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희수’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영화 <희수>를 제작한 감정원 감독님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다.

수업 인원은 총 나를 포함해 12명이었다. 대부분 내성적 이어 보이는 이들과 아직 친해지지 않은 터라 첫날 자기소개를 제외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지 않았지만 대부분 20-30대 초 정도로 보이는 이들이다. 각자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 이 수업을 신청했는지궁금하지만 차차 친해지는 걸로!


벌써 수업이 3회 차에 접어들었고, 매 회 과제가 있었고 이번주의 과제는 매우 묵직했는데 이제야  ’아 내가 3달 안 되는 기간 동안 영화 만드는 수업을 신청했지’라는 걸 실감했다. 바로 단편 영화 시나리오 초고를 작성해서 올리는 과제였기 때문이다.


단편 영화라고 하면 보통 20분 내외의 영화를 말하며 시나리오로 치면 20페이지 내외의 분량이다. 우리는 15분 내외의 영화를 만들기로 합의하고 15페이지 내외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기로 했다.  내가 예상컨대 이 수업 신청서에 미리 구상하고 있거나 구상했던 시나리오의 여부를 물었기 때문에 이 수업에 최종 참여하게 된 이들 대부분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트리트먼트 형태로라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작년에 2페이지 내외로 작성했던 시나리오가 있던 내게도 15페이지의 시나리오를 4일 만에 쓰는 건 쉽지 않았다.  본래 가지고 있던 (작년에 쓴) 시나리오를 다시 보니 마음에 안 드는 곳 투성이었고, 이 스토리를 확장하거나 재구성하고 싶은 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글은 모두가 알다시피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써지는 것 아닌가? 결국 마감기한 하루 전까지도 거의 한 페이지도 쓰지 못한 채 생각만 하고 있다가 마감 20시간 전에서야 겨우겨우 써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래 가지고 있던 시나리오를 엎고 처음부터 다시 썼다. 내가 늘 이야기 하고 싶었던 스토리의 에센스는 유지한 채로. 하루 종일 밥 먹는 시간 제외하고 이틀 꼬박 글을 쓰니 어떻게 쓰긴 썼다. 15장에는 못 미치는 13장의 글이지만 초고를 완성했다는 데서 엄청난 성취감을 느낀다.


글의 완성도와 결말에 대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가고 있었는데, 카톡이 하나 날라온다


‘시나리오 작업하느라 고생많으십니다. 시나리오 작업에 시간을 좀 더 쓰면 좋을 것 같아서 오늘 수업은 진행하지 않고 다음 수업에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럭키! 사실 이미 마감 기한을 넘어서 오늘 수업 시간 전에만 제출하면 되겠지하며 초조해하고 있었는데… 난 운이 정말 좋다.


이 글이 최종 촬영 대본으로 선택될지 나 말고 다른 더 좋은 시나리오가 선택될지 전혀 알지 못하고,

이 영화가 최종 촬영되어서 대구단편영화제에 상영된다고 해도, 내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지 알 수 없지만,


경쟁하지 않고 창작할 수 있는 지금의 시간과 기회에 감사하다.


 앞으로 2달간 어떤 경험과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된다.

다음 수업 시간에는 각자가 쓴 시나리오를 읽고 분석하며 논평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테다. 벌써 내 글의 부족한 점들을 지적받을 걸 걱정하게 되지만, 뭐 어때 아마추어인데!


아마추어니까 다 괜찮아.


아마추어의 단편 영화 제작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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