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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온 Apr 11. 2020

육아하는 남자로 살기로 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침 출근길이 마치 퇴근하는 마음처럼 홀가분했다. 2-3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다시 재우는 새벽이 힘들었다. 낮에 혼자 육아를 하는 아내에게 이런 마음이 들키면 미안할 것 같아 괜히 출근이 힘든 척, 하기 싫은 척했다. 멋없었다. 조금 더 멋있는 남편, 아빠 일순 없을까 생각했다.


육아 휴직을 회사에 이야기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쉽지는 않더라. 사실상 이해시키지 못했다.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경력이 단절된 사회인의 삶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모르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겪지 않으면 아내가 겪어야 할 일. 깊이 고민할 이유가 없다.


1년간 육아하기로 결정했다. 육아로 인해 잃어버린 아내의 일상을 찾아주고,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6개월 된 아들을 가까운 곳에서 보호하고 싶다. 누군가는 나의 선택이 지나치게 감성적 판단이라고 조언했다. 옳다. 누구나 현실을 딛고 살아가야 하고 나 또한 피해 갈 수 없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하며 주어지는 나의 행복의 크기는 1년간 소득의 값어치보다 크다. 나는 지금 아주 싼값을 지불하고 큰 행복을 취하고 있다. 그러니 내 선택도 옳다.


요즘은 아내와 손을 잡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볼 여유도 있고, 매일 두 끼는 마주 앉아 밥을 먹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는 아내가 출근길에 벚꽃 사진을 찍어 보냈다. 아내 마음의 봄이 왔나 보다. 육아하기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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