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에 약속된 사람들과 약속된 시간만큼만...
"피곤하신데 굳이 데려다주시지 않도 되요. 혼자 갈 수 있어요."
"자기도 바쁘잖아. 그냥 둬. 내가 할게."
아직 덜 친한 사이에 오가는 배려는 때때로 오해를 낳는다. 격한 배려는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맘에 들지 않은 건가?'
'내가 일을 잘 못했나?'
이건 그런 뜻이 아니라고, 왜 사람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지 못하냐고, 왜 자꾸 말의 속에 다른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냐고 설명하고 해명할 기회라도 갖게 되면 다행.
대부분 그런 오해를 받았었단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흘러간다. 우리 사이가 왜 어색해졌는지, 우리 사이가 왜 멀어졌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관계가 소원해짐, 이 자체도 깨닫지 못한 채 정신없이 살아가기도 한다. (못본지 꽤 오래 되었네? 하고 깨달으면 그나마 좀 친했던 사이다....)
오해는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없던 인연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유독 나에게 친절하네? 나를 좋아하나?' - 모두에게 친절한 그.
'내가 하는 말을 다 긍정하고 수용해주는구나. 나와 비슷한 사람이야' - 딱히 대꾸할 말이 없거나 반대할 필요도 못 느껴 적당히 맞장구만 쳐주고 있던 그녀.
서로 오해해서 가까워지기도 하지만, 너무도 잘 이해해서 결국 멀어지기도 한다.
이해해서 가까워지고, 오해해서 멀어지는 것만이 삶의 답은 아니라는 것.
그저 인연이란 내 삶에 약속된 순간에 약속된 사람이 나타나 약속된 시간만큼 머물다 감, 그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