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h Gray May 22. 2018

위로,

내가 나에게 하는...

오래전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 꾸준히 써온 일기가 지인들에 의해 불펌되어 버젓이 그들의 글로, 그들의 일기장에 올라가고 있었단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미니홈피를 서서히 접었다.


몇해 전부터 유행했던 카카오 스토리는 카카오톡과 연계되어 있어 내 삶에 큰 사건이 발생한 후로 일시에 접었다. 내 사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던 카카오스토리를 직업적으로 오픈된 카카오톡과 연동되게 둘 수는 없었다.


뱉어내고 싶은, 토해내고 싶은, 말과 글이 차오를 때마다 손에 잡히는대로 펜을 쥐고 여기저기 닥치는대로 써내려갔지만 '독자'가 없는 글은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미니홈피에서도, 카스에서도 댓글은 거의 없었다. 있어도 고마웠고 없어도 고마웠다. 누군가가 스쳐지나갔다는 '흔적', '인기척'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마냥 편안했다.


내 주변에 몰려들어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

아니 그런 사람이 단 한명도 없지만,

내 곁을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행인들이 분명, 귀로는 내 음악을 흘려서라도 듣고 있을 거라는 믿음,

아니 그런 믿음까지도 생각해본 적 없이,

그저 사람들 곁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게 좋을 뿐인

거리의 이름없는 음악가, 의 마음이다.


그냥 여기에 끄적이는 게 좋고,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조용히 이곳을 스쳐지나가 주는 게 좋다. 말을 걸어주면 걸어줘서, 걸지 않으면 걸지 않아서 좋다.


몇 달 전에 브런치를 시작했고,

두어달 만에 쉬었으며

몇 달 만에 다시 시작했다.


그 사이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지라 브런치 시작할 때 써놓은 글들이 아주 오래 전에 써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번씩 다시 읽을 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것 - "난 참 똑같구나."


나의 한결같음이 도리어 위로가 된다.

이런 감정들이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쳐 날 공격한 게 아니라 한결같이 내 삶을 관통해왔다는 게.

아마 지나간 미니홈피와 카스의 글들을 뒤적여도 똑같을 것이다.


외로웠고, 외로우며, 외로울 것이다.

우울했고, 우울하며, 우울할 것이다.

적어도 이 곳에서만큼은.

왜,,,

얄밉게도 나는 내가 외롭고, 우울하고, 힘들고, 지칠 때만 이곳을 찾으니까.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고 설레는 일은 사람들과 나누기로 했다.

외롭고, 우울하고, 힘들고, 지치는 일은 이 곳에서 혼자 삭이기로 했다.



이 곳은 나에게 좋은 위로가 된다.

그리고 이곳을 스쳐지나가는, 알지 못하는 다른 누군가들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해도 이해도 정해진 인연의 운명값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