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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Gray May 24. 2018

엄마는 외할아버지 얼마나 자주 생각해?

우리가 사랑했던 건 이성 친구만은 아니잖아...

"엄마, 엄마는 외할아버지 얼마나 자주 생각해?"

"매일매일 생각해."

"매일매일?"

"그럼, 엄마는 외할아버지 정말 좋아했어서 매일매일 생각해. 너 낳았을 때 엄마가 죽을 뻔 했는데 그 때 외할아버지가 엄마 살리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고생해줬던 게 너무 고마워서 엄마는 항상 외할아버지 생각하며 살아."


매일매일 생각한다......


나는 누구를 매일 생각하며 살았던가, 되돌아보았다.


첫눈에 반했던 썸남을 매일 생각했던 몇개월.

4년 사귄 남자친구를 매일 생각했던 헤어진 후 4년.

고작해야 최대 4년이다.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었다.

20년이 넘도록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매일 생각하며 그리워한다는 것.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니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다.


그리울 때, 보고 싶을 때, 그래서 너무나 고통스러워 잠 못 이룰 때, 늘 눈물을 펑펑 흘리며 내 자신을 무어라 설득했었나...

'죽었다고 생각해. 그 사람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보고 싶으면 일부러라도 찾아가 몰래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는 사람을 잊어야 할 때도 그리 마음이 아픈데,

이젠 정말 볼 수 없는 사람을 진짜 잊어야할 때는 도대체 어떤 고통일까?


고맙고, 미안하고, 다시 원망스럽고, 그러다 안쓰럽고. 또다시 고맙고, 미안하고, 다시 원망스럽고, 그러다 결국 안쓰럽기를 무수히 반복하는 시간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무뎌지기를 바라지만.

어디 그 시간이, 그 세월이, 내 뜻처럼 쉬이 흘러가주던가......


이제 갓 환갑을 넘긴 엄마의 남은 날들을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엄마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산(=말 그대로 이 지구상에 함께 숨쉬며 존재했던 시간을 뜻한다. 물리적으로 함께 살았던, 마음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았던 시간은 이보다 훨씬 더 짧을 것이다.) 날들의 2배나 3배만큼(심하면 4배!) 외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살게될 것이다.


나의 썸이나 연애 후의 그리움이나 시간과는 감히 비교할 수가 없다. 엄마는 하루하루 그 고통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 걸까?


긴긴 그리움의 고통 끝엔 늘 가족이 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엄마,

남편을 떠나보낸 외할머니,

어머니를 떠나보낸 아빠,

부인을 떠나보낸 할아버지.

이들은 하루하루 이 고통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나 역시 피해갈 수 없을 이 이별과 그리움의 고통들은 현재의 내가 겪고 있는 그리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미래의 후회와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덜 미안하고, 덜 원망하며, 덜 안쓰러울 수 있나...... 자신있나...... 노력하고 있나......


모르겠다.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하지만 이것만은 알겠다.

그 어떤 노력을 해도 여한이 없긴 어렵겠다는 거.

그래도 지금보다 더 잘 해드리면 그 한을 조금 줄일 수도 있겠다는 거.



당신은 누군가를 얼마나 자주 생각하나요?

매일매일 쉬지않고 생각하는 그 누군가가 있나요?

지금, 그 사람과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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