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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책방 Jan 03. 2023

살아봐야지만 알 수 있다

헨리 데이빗 소로, <월든>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많이 언급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인생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도서관에 꽂혀있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한 권 한 권의 책을 펼쳐보며 내가 살지 못한 인생을 살아보게 된다.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알 수 없다. 이 책의 메인 테마였던 “살아봐야지만 알 수 있어”라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이 말에 깊이 공감했고, 그의 대표작 <월든>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말 처럼,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월든의 호숫가에서 살아보는 실험을 한다. 책 <월든>은 자연 속에 살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이다. 호숫가에 살면서 만나는 동물, 식물, 그리고 호수와 숲에 관한 대한 묘사가 꽤 자세하게 나온다. 독자로서는 호숫가의 자연 묘사보다도 작가가 자신의 철학을 강하게 풀어내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철저하게 현재의 생활을 신봉하고 살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길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어.” 하고 우리는 말한다. 그러나 원의 중심에서 몇 개라도 다른 반경을 가진 원들을 그릴 수 있듯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생각해보면 모든 변화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기적은 시시각각으로 일어나고 있다. (28쪽)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으며,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 (138쪽)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숲에서 지내는 그 생활보다, 문명을 걷어내고 자연 안에서 살아보겠노라 하는 그 다짐과 결단, 행동이 주는 울림이 더 컸다. 말로 다짐을 하는 것은 쉽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고 내 삶으로 들여오는 것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그 삶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용기가 쌓이고 쌓여 사람은 성숙해간다.



살아봐야지만 알 수 있고, 세상의 이런 저런 의견에 휘둘리다가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게 된다. 내면에서 솟아나오는 것을 말하고 행동하라. 어떤 문장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내 안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중에서


엊그제 본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 주인공 100세 노인은 타인의 시선이나 뒷일을 신경쓰지 않고 지금 앞에 놓인 일들을 차근차근 해결하며 나아간다. 그의 인생은 관객으로 하여금 통쾌하고도 가뿐한 기분이 들게 한다. 자신의 선택이 명확하고 그 선택을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응원한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쉽지 않고, 누구나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꾸준히 되새기고 반복하는 주제이다. 이 책 한 권을 읽으며 떠올린 다른 작품들이 이렇게 많다. 변하지 않는 진실에 대해, 우리가 굳건히 믿고 싶은 삶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말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직접 살아본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이런저런 것들을 재고 따졌다가는 아무것도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몸을 던져 살아보는 것만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단순하고도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매일 먼 곳으로부터 집에 돌아와야 하겠다. 모험을 하고, 위험을 겪고, 어떤 발견을 한 끝에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성격을 얻어 가지고 돌아와야 하겠다. (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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