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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Mar 13. 2024

"상담을 했다. 우리가 만나~" 수업 틈틈이 대화하기

  3월 두 번째 주부터 수업 시간에 짬을 내어 아이들과 상담을 시작했다. 3월 2일에 올렸던 '수업 시작 설문지'를 종이로 받으려다 급하게 온라인 설문으로 바꿨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궁금한  물어보고 질문도 받는 상담이다.

  주 5시간 수업하는 고3 국어 담당이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수능 문제 유형 파악과 문제 푸는 방법을 35분 정도 수업하고, 새로운 문제지를 나눠주고 풀어보게 한 후 한 명당 3~4분씩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시간 하는 것은 아니고 주 2~3회 하고 있지만, 3월이 가기 전에 모든 아이와 1차 상담을 마칠 것 같다.



   상담은 번호순으로 하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자기소개 설문지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빈칸이 많은 아이들, 그리고 나의 관심을 받고 싶은 나머지 졸거나 멍때리는 연기(?)를 하는 아이를 먼저 불러내고 있다. 소심한 응징이랄까...

  학급별로 하나의 표로 정리한 설문 응답지를 B4 80%로 출력하니까 20문항이나 되지만 두 장으로 뽑을 수 있었다. 그것을 들고 복도에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한 명씩 이름을 불러주고 눈도 맞추면서 어색함을 풀려고 노력했다. 보통은 "너는 이것을 좋아하는구나, 저것에 관심이 있구나"로 시작하고, 고3이다 보니 희망하는 직업이나 대학, 학과를 보면서 그 진로를 생각하게 된 계기 등을 물어본다. 그리고 국어 공부에 대한 고민을 물어보고, 수능과 학교 시험 목표를 같이 정해보기도 한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상담, '문제를 해결하거나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서로 의논'하다 보니 아이들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있어서 재미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집에 있는 아이가 자주 보는 축구 유튜버를 아냐고 물어보면, 나를 인싸 보듯이 바라봐서 흐뭇해진다. 시간이 많지 않아 '나중에 이어서 얘기해 보자'라고 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좋다.




  한 명씩 이야기를 나누니까 비로소 명렬표에 있던 이름이 글자 이상의 의미로 보이기 시작했다. 비슷한 장점이나 단점, 똑같은 장래 희망도 저마다 다른 사연과 개성으로 꿈틀거리는 것 같다.  iKON의 노래 <사랑을 했다> 가사처럼, 아이들과 만나서 상담하며 당장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그거면 됐다'라고 느낄 수 있다.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지켜만 보는 것이 더 힘든 교사에게도 '괜찮은 결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교과 담당 선생님들도 1차 지필고사가 끝나고 좀 여유가 있을 때, 혹은 교사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아이 몇 명에게라도 미리 자기를 소개하는 설문지를 받고 대화를 나누면서 '지우지 못할 추억'을 함께 만들면 좋겠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만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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