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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Apr 13. 2024

수능특강 문학, <질투는 나의 힘> 모방시 쓰기

  올해는 고3 수업 전담이라, '욕심은 줄이고 소통은 늘리자'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개학하고 화법과 작문, 비문학 독해를 하느라 힘들었는데, 4월이 되고 문학 작품을 다루니까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수능특강 문학편에서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선택해서 모방시를 쓰는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이 딱이었다. EBS 교재에서 만난 작품이지만, 아이들도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자신이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세어 보며 짧은 글을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분 정도 시간을 주고, 모방시를 써서 제출하는 활동을 했다. 써보고 싶은 학생만 해도 된다고 했고, 몇 편을 골라 함께 읽어보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시 도전 과제>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의 모방시를 써서, 선생님의 개인톡으로 보내주세요. 시 전체, 혹은 일부분을 모방해도 괜찮고 시의 정서와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꿔도 됩니다.


  

 <질투는 나의 힘>의 정서와 태도를 바꿔서 긍정적으로 써도 된다고 했더니, 5분도 되지 않아 '농구는 나의 힘', '요리는 나의 힘'과 같은 작품이 도착했다. 요즘 자신에게 힘을 주는 것을 떠올려보고, 원작에서 몇 개 단어만 바꿔도 된다고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모방시를 써서 보내줬다. 



  10분이 넘어가자 좀 더 진지한 모방시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학교는 나의 힘'이라는 모범생의 작품도, '가족은 나의 힘'이라는 정 많은 아이의 작품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어린 나이에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도 있지만, 본인들이 선택한 청춘의 모습이니까 결과에 상관없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분이 지나고 수업이 끝났지만, 마지막 작품이 한 편 도착했다. 제목은 없었지만 <질투는 나의 힘>의 분위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바꿔서 진솔하게 표현한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이 모방시를 쓴 아이에게 나의 감상을 얘기해주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싶다. 



   모방시 쓰기 활동을 마치고, 수업용 학급 단톡방에 내가 쓴 '불안은 나의 힘'을 올렸다. 바로 엄지척을 눌러준 아이가 한 명 있어서, '좋아요는 나의 힘'이란 글을 남겼더니 몇 명이 더 눌러줬다. 귀여운 것들 ㅋㅋ 역시 교사에게 '아이들은 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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