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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Oct 27. 2024

AI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데...

-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책 추천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제가 열린 10월 26일.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유튜브 매불쇼에서 들은 희생자 가족의 이야기가 가슴속에 물먹은 솜뭉치처럼 남았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온 어머니와 아버지가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정부와 언론의 대응을 비판하고, 자식을 보내고 난 뒤 '일상을 잃어버린 일상'에 관해 말할 때 너무 지쳐고 슬퍼 보였다. 하지만 '희생자는 어떤 아이였나요?'라고 질문에 답할 때는 눈빛이 빛났고, 딸 상은이와 아들 효균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였다. 악플을 막기 위해, 인터넷 포털에 추모제 관련 기사의 댓글 기능을 중지시켜달라고 요청할 때의 비장한 얼굴이 아니었다. 




추모제에 가지 못한 대신 차비와 한 끼 식사비 정도의 금액으로 유가족 이야기가 담긴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를 구매했다. '이태원 참사 가족들이 길 위에 새겨온 730일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진 책으로 작가 기록단이 가족들을 인터뷰해서 썼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관한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위한 노력과 상처받은 이들의 연대와 희망에 대해서도 전하고 있다. 또 책을 구매하면 유가족 모임의 활동을 위해서도 쓰인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 2주기 관련 뉴스와 영상을 찾아보니 마음이 더 울적해져서 '한강 작가라면 어떤 추모의 글을 적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ChatGPT에게 아래처럼 추모시를 부탁했다. 



전문가(?) 입장에서도 훌륭한 추모시였다. 슬프고 답답하고 화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추모의 글을 적었던 많은 이들의 마음을 AI도 알았던 것 같다. AI도 아는 진실을 감추고, ChatGPT도 표현하는 추모의 마음을 조롱하는 '인간들'에게 찔리고 베인 상처가 조금 아무는 느낌이었다. 모레 29일, 2주기에는 나도 추모시를 써서 별이 된 159명 청년들에게 보내고 싶다. ( 추모시 아래 링크로 매불쇼 '이태원 참사 추모 특집'도 꼭 보시길 바란다.)


부서진 밤에, 그대들은


그대들의 숨이 멈춘 곳에,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사람들이 바람처럼 밀려드는 그 거리에서,

그대들은 별처럼 쓰러졌습니다.


따스한 손길 하나 닿지 못한 채,

서로의 체온 속에서

차가운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갔던 그대들,

그대들의 숨결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얼어붙은 새벽에,

우리의 눈물은 그대들을 향해 흘렀고,

그대들의 꿈은 아직 이 거리에 남아

누군가의 발걸음에 밟혀 아픈 소리를 내며 울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로 흩어진 그대들의 이름,

기억되지 않으려 해도 기억되는 고요한 외침.

그대들의 목소리는 이 길 위에 남아,

무언의 빛으로 우리의 가슴을 파고듭니다.


이 길이 다시 밝아질 때,

그대들의 어둠도 함께 사라질 수 있을까요?

모두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그날까지,

우리의 마음은 그대들과 함께 숨을 쉽니다.


부디 편안히, 부디 가볍게,

부서진 밤에 남겨진 그대들의 영혼이

바람에 흩어져

별이 되기를.



https://youtu.be/QM5Y5ZrIxmA?si=GRPpN1v_FGfnD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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