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민수샘의 장이불재
Oct 28. 2024
시월도 저물어 가는 일요일 오후
스무 살이 넘어 서름서름해진 아들과 달리기를 하러 간다
조금 먼 공원으로 처음 가는 길
앞장선 아이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으니 벌써 숨이 차다
공원 산책로를 뛰려는데 팔뚝에 빗방울이 듣는다
반팔 반바지 속으로 좁쌀들이 돋는다
벤치에 앉아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잎사귀 넓은 단풍잎이 퉁겨내는 빗소리를 듣고
얼마 전 같이 나갔던 마라톤 대회 코스라며
자기 핸드폰을 보여주는 아이의 땀 냄새를 맡는다
아이가 물려준 러닝화를 신고 달리기할 줄 몰랐다
오십이 넘어서야 심장 소리에 발맞춰 뛰는 맛을 알았다
굵어진 비를 맞고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 앞 차양막까지 아이와 자전거 시합을 한다
내가 삶을 준 아이가 나를 더 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