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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an 09. 2024

취미 부자가 돼볼까 6

중년, 기타를 튕기다

지난 가을의 어느 날 아침,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를 크게 한 바퀴 돌아가던 중, 한 동 앞에 기타를 버릴려고 세워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구며 가전 제품 등을 딱지 붙여 내놓는 것이야 일상으로 보는 풍경이지만, 그날따라 그 기타가 내 눈에 딱하니 들어온 것이다. 살펴보니 사용감은 좀 있긴 해도 아직 새것처럼 멀쩡한 것이고, 잠깐 줄을 튕겨보니 소리도 쨍하고 좋았다. 물론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면 그만일 테지만 그날은 왠지 좀 다시 기타를 쳐볼까 싶었다.      


사실 멀지 않은 부모님 집에 누나와 내가 고등학교 때 치던 기타가 아직 남아있다. 그것도 아직 멀쩡하게 소리가 잘 나니 가져다 칠려면 얼마든지 칠 수 있다. 그동안 이사한다, 뭐 한다 해서 다시 기타 칠 일은 없겠다 싶었는데, 어쨌든 그러저러해서 그날 나는 옆 동에서 내 놓은 그 기타를 가져왔다. 하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보면 권상우의 방에 기타가 하나 세워져 있듯이, 우리 세대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집에 기타 하나쯤 대부분 있었다. 책 보면서 손가락에 굳은살 잡혀가며 띵까 띵까하는 초보 시절을 거쳐, 대학에서도 좀 치고, 군대에서도 좀 치다 보면 왠만한 노래들은 대략 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처음엔 스트록 위주로 치다가 쪼금 손에 익으면 아르페지오도 도전하고 했던 것 같다. 암튼 그러다 뭐 이거 더 칠 일 일겠나 싶어 가방에 넣어 다락이나 지하실에 던져두곤 했던 것 같다.      


기타 가요대백과, 팝송대백과 등의 책을 찾아 다시 기억을 더듬으며 조율을 하고, 손을 좀 놀리니 다시 옛날 가락이 좀 나오기 시작했다. 뭐 썩 잘 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 수많은 명곡 중에서 너무 복잡한 코드의 노래 아니면 왠만한 노래들은 흥얼거릴 정도는 된다. 지나간 옛노래들, 부모님 세대부터 삼촌, 이모 세대를 거쳐 우리 세대 노래인 8, 90년대 노래까지, 정말 좋은 노래들이 많다. 그리고 그것을 노래방 반주가 아닌 내가 기타로 튕기며 노래를 부는다는 게 또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 일인가. 내친김에 클래식 기타도 하나 장만하여 같이 좀 쳐보고 싶다. 나 이러다 오디션 프로 나간다는 둥, 밴드를 결성한다는 둥하면서 오바할지도 모르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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