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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그레이 Jun 06. 2022

결혼 후 처음 떠난 나 홀로 경주여행

혼자 여행에서 얻은 집중과 선택


 정신과 진료를 받고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약을 복용하니 내 상태가 조금 객과화되어서 였을까, 남편도 내 상황에 공감해서였을까. 두 아들 키우는 사촌 형을 만나고 오더니 남편도 엄마 없는 두 아이 케어에 조금 더 용기를 냈던 것 같다. “어떻게든 되겠지, 다녀와.” 그동안 몇 번의 제안을 받았지만 막상 떠나려니 주변에 다 결혼한 친구들, 직장 다니는 친구들 뿐이라 함께 떠날 여행 동지가 없어 계획을 접곤 했다. 그런데 나에게 큰 에너지를 주는 젊은 육아 동지가 이번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 우연히 나보다 한 주 먼저 혼자 여행을 떠난 것이다. 정말 무계획에 그저 발길 흐르는 대로 다녀올 것이라며 망설이는 나에게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 간 메모장을 캡처해서 보내줬다. sns에 올릴 내용도 아니었고 정말 혼자 작성한 자유로운 계획과 생각들이 적혀있었다. 계획의 마지막에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얻고 싶고 생각해 보고 싶은 부분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남편과 아이에 대한 고마움이 적혀있었다. 혼자서 적어 내려 간 메모였을텐데 공유해준 고마움과 응원에 마음이 섰다.


 숙소와 차편을 검색하고 보기만 하다가 숙소를 결정하고 예약 확정을 하고 나니 여행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기차 시간 결정부터 나의 선택을 요구했다. 제일 빠른 기차를 타고 가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인가, 그래도 아이들을 처음 두고 떠나는 여행인데 아침에 일어나 등원 길을 도와줄 것인가. 버릇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남편은 아이들 케어에 상관없으니 편한 대로 다녀오라는 대답이었고, 경주 뚜벅이 여행의 팁을 주던 미혼인 친구는 이른 시간의 기차를 추천했다. 요즘  기분을 제일 많이 공유하고 있는 기혼의 자녀가 없는 친구도 이른 시간의 기차 시간을 권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으면  대답을 취합해 결정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그날  엄마의 부재를 경험할 아이들에게  뜨자마자 엄마가 없이 1 2일을 보내게 하는  아닌  같았다. 그리고  많이 관광하려 떠나는 여행도 아니고 생각 정리, 마음 정리하려 떠나는 여행인데 2시간 늦게 도착한다고 틀어질 계획은 없었다. 아무래도 등원 길은 돕고 출발하는  좋을  같다며 대답을 들은 사람들에게 나의 선택을 설명했다. ‘그래, 그게 좋겠다.’ 나와 반대되는 선택을 했던 친구들도 나의 선택에 수긍해주었다.


 요즘 마음과 정신건강에 관한 영상을 많이 찾아보다가 정신과 의사가 결정장애들의 특징과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결정을 잘하지  하는 사람은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모두를 가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가지를 선택했을  오는 기회비용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결정이 너무 힘들다.

결정장애라는  지극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마음이었다. 나이를 조금 먹으니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기준에 부합하는 쪽을 선택하면 되겠다는 이론은 알게 되었으나 나는 나의  기준을 정하기도 힘이 들었다. 이런 결정장애들에게 해결책을 내려준다고 하니 하던 일을 멈추고 귀로만 듣던 유튜브 영상 앞에 앉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도 다른 누구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내가 더 끌리는 쪽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결정장애는 그 장점을 모두 가지고 싶어 선택의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미세하게나마 그냥 조금 더 끌리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일단 내가 선택했다면 내가 선택한 결정에 대한 장점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선택하기 전에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내가 고민하는 것들은 장점과 단점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또 다른 중요한 한 가지는 세상의 모든 일은 사라지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 내가 한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다른 것을 선택할 걸 하며 선택 이 전의 순간으로 돌아가 후회하기보다 현재 일어난 문제의 결과를 고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다시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여행 내내 결정해야 하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특별한 일정을 계획하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추천해준 친구의 일정, sns에서 찾아본 사람들의 일정을 오롯이 따라 할 수만 있는 건 아니었다. 찾아본 일정들 중에서 내가 나를 위해 선택을 해야 했다. 여행은 나 혼자 뿐이었고,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나 자신이었다. 결정을 못하겠다고 답을 얻을 때까지 가만히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생각날 때까지 쉬어야지 하기에도 나에게 주어진 1박 2일이란 시간은 길지 않았다. 수많은 맛집 메뉴들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끌리는 메뉴를 찾았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에 가보고 싶은 여러 곳의 동선과 시간도 고려해야 했으나 필요하고 하고 싶은 이유를 찾았다. 여행을 출발하면서 기차 안에서 가보고 싶던 곳을 지도에 표시해 두었었는데 하나씩 체크하다 보니 의도한 건 아닌데 대부분의 것을 해냈다. 물론 가보지 못한 곳도 있다. 그러나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해 미뤄뒀던 것이고 내가 한 선택만을 생각했더니 미뤄둔 못 가본 곳에 대한 생각이 나지 않아 미련도 후회도 없었다. 나에게도 이런 선택의 운이 있나 싶을 만큼 어찌 보면 완벽했다. 그러나 이건 운이 따라줘서도 아니고, 내가 모든 것을 다 이루기 위해 악착같이 움직인 것도 아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조금 더 필요로 하고 조금 더 원하는 결정을 했고, 결정 뒤에 그 선택의 기로를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들었던 이론을 실천했다고 그대로 내 몸에 배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차분히 생각할 여유가 있었고, 온전히 나만 생각하면 되는 상황이었기에 쉽게 실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가 두 아이를 위해, 두 아이 속의 나를 위해 선택을 할 때에 나는 또 고민할지 모른다. 나보다도 아이에게 더 좋은 선택의 결과를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 아니 욕심에. 그래도 이번 1박 2일을 통한 연습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했던 선택의 과정과 결정 후 행동들을 기억하며 결정장애로 살아온 나를 탈피할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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